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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구강케어 모델, 독일에서 발견하다” - 치의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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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 모형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대한노년치의학회(회장 이성근·이하 대노치)가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 발주 과제 수행의 일환으로 독일,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 사례를 둘러보고 왔다. 대노치 소속 연구자들이 커뮤니티 케어의 필요성과 독일, 일본의 상황을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독일은 유럽 국가 중 고령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사회이다. 독일은 1932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로 변화를 시작하여 1972년에 고령사회로, 2009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으며 이는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다. 2018년 기준 독일 전체 인구의 22%가 65세 이상이다.

고령화 현상을 일찍부터 겪은 독일은 연금제도, 노인 인구 경제활동 참여 독려 제도 등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해왔으며, 독일의 장기요양(long-term care)을 위한 사회보험인 수발보험(Pflegeversicherung)은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보건의료 분야의 고령화 정책인 노인 장기요양보험의 원형이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구강보건의료 분야의 고령화 대응 방안 중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건강보험 개혁안인 “장애와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구강(Oral health despite handicap and old age, AuB-Konzept)”과 건강보험 개혁 및 정책에 탄탄하고 적절한 근거(evidence)를 제공하는 국가 구강건강 조사(national oral health survey)인 DMS(Deutsche Mundgesundheitsstudie)를 소개하고자 한다.

AuB-Konzept은 Alter und Behinderung Konzept에서 비롯한 명칭으로, alter와 behinderung, konzept는 독일어로 각각 연령(age), 장애(disability), 개념(concept)을 의미한다. AuB-Konzept는 의존성이 높은 사람(people in need of care)에 대해서 건강보험 재정으로 치과 치료에 추가적인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건강보험 치과 급여 목록과 수가를 결정하는 German Standard Assessment Scale for Dental Treatment Items(BEMA-Z)가 다음 세 가지 가정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첫째, 환자가 자신의 구강 위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행할 능력이 있다. 둘째, 환자가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치과에 정기적으로 내원할 수 있다. 셋째, 환자가 치과의사의 치료에 협조할 수 있다. 고령 및 장애로 인하여 의존성이 높은 사람은 이 세 가지 가정 중 하나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의 추가적인 치과 치료에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연방 치과의사회(German Dental Association, BZÀK)와 전국 공적 건강보험 치과의사협회(Federal Association of SHI Dentists, KZBV)가 다양한 학회 및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로서 노력한 첫 열매로 2012년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방문료(fees for visiting immobile patients)가 건강보험에 신규 급여로 포함되었다.

2014년에는 요양시설과 치과의사의 계약(Joint cooperation between dentists and nursing homes)이 추가되었으며, 이를 통하여 치과의사의 노력에 상당한 수준의 금전적인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또한 2014년 도입 당시 요양시설과 치과의사의 계약이 요양시설의 자발적인(voluntary) 선택에 달려 있었던 반면, 2019년 요양시설의 의무(mandatory)가 되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져 보장 범위가 더 확대되었다.


이러한 노인에 관한 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지속적 확충은 독일의 구강 분야 국가조사(national survey)인 DMS(Deutsche Mundgesundheitsstudie)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 2014년 수행된 제5기 DMS(DMS V)에서는 65세 이상으로 정의되어 있던 노인을 젊은 노인(65~74세)과 나이 든 노인(75~100세)으로 구분하고, 75~100세 노인 코호트를 확충함으로써 그동안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75세 이상 노인에 관한 구강건강 지표를 산출하였다.

보고서에서는 75세 이상 노인을 다시 수발보험의 판정 기준에 따라서 의존성이 높은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으로 나누어서 각각의 구강건강지표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의존성이 높은 노인의 경우 치은출혈과 무치악이 각각 64.3%와 53.7%로 보고되어 의존성이 없는 노인의 46.5%와 32.8%에 비해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의존성이 높은 노인이 스스로 치과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비율은 38.8%에 그쳐 의존성이 없는 노인의 이용 비율인 68.2%에 비해서 매우 낮았고, 의존성이 높은 노인의 구강위생 관리에 도움이 필요한 비율도 29.8%로 의존성이 없는 노인의 6.7%에 비해서 매우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DMS V는 이처럼 독일 수발보험의 판정 등급 기준에서 의존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된 75세 이상 노인이 치과 필요도는 더 높음을 보여주었고 이들이야말로 직접 치과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구강위생관리를 하기 어려우므로 구강건강을 증진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서 매우 취약한 집단이라는 근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수발보험에서 의존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된 대상자에게 추가적인 치과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건강보험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강력한 근거로 제시되었다.

본고는 대한노년치의학회 연구팀의 일원으로서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연구비 수혜를 받아 베를린 소재 독일 연방치과의사회를 방문한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의 커뮤니티 구강 케어에 시사점을 준다.

험멜(Hummel) 등은 2015년 저서에서 구강질환이 높은 유병률, 심각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예방 가능하지만 이에 맞는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은 사일로 효과(silo effect) 때문이라고 보았다. 사일로 효과란 전문분야로서 장벽이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이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장벽을 넘어 공유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독일 치과계는 “장애와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구강”이라는 의제를 설정하였고 그 결과 다양한 분야의 자율적 활동이 하나의 목표로 협력하도록 했다. 하나게아(Harnagea) 등은 2017년 제범위 문헌고찰(scoping review)에서 통합적 의료체계에 치과의료가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가장 주요한 방해요인은 다른 직역의 구강건강에 관한 지식 및 이해 부족이고, 가장 주요한 촉진요인은 실제로 협진 및 협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AuB-Konzept가 치과의사 단체를 넘어 다양한 보건의료 및 시민 단체의 참여로 진행, 발전해 온 것처럼, 노인이 자립적 삶을 유지하고 자신의 집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지속하는 ‘거주지 속 노화’(Aging in Place)를 최대한 가능하게 하는 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 및 구강보건의료의 역할과 실행 방안에 관한 의견 교환의 장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잘 계획되고 수행된 구강건강 조사를 통하여 얻은 실증적인 데이터로 이러한 논의를 뒷받침하고, 다시 이러한 데이터를 근거 삼아 더욱더 발전적이고 풍성한 논의를 끌어내는 선순환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Hummel J, Phillips KE, Holt B, Hayes C. Oral Health: An Essential Component of Primary Care. Seattle, WA: Qualis Health; June 2015.
Harnagea H, Couturier Y, Shrivastava R, et al. Barriers and facilitators in the integration of oral health into primary care: a scoping review. BMJ Open 2017;7:e016078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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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7, 2020 at 11:5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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