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장기적으로 기업과 주주가치에 긍정적"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인 LG화학(051910)이 전지사업 부문을 분사시켜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킨다는 소식에 소액투자자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해 LG화학에 투자했는데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따로 떼어내 회사를 만들면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성장에 따른 이익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전지사업 부문 신설법인은 LG화학의 100% 자회사라 이론적으로는 LG화학 기업가치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추후 신설법인이 추가 자금 조달 등을 실시하면 LG화학의 지분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LG화학 주가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물적분할을 막아달라는 청원까지 냈다. 일부 투자자들은 "배터리 부문을 뗀 LG화학은 그냥 페트병 회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요 증권사들은 물적분할이 장기적으로 LG화학 기존주주들에게 유리하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적분할 소식이 알려진 것은 16일 오후 2시, 장 마감을 1시간 30여분 앞 둔 시점이다.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소식이 알려지자 LG화학의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LG화학은 전날 보다 3만9000원 내린 68만7000원에 장을 마쳤고 시간외 거래에서도 주가는 계속 내렸다. 16일 하루 시가총액은 전날 보다 2조7531억100만원(5.6%) 줄어든 48조4969억4000만원이 됐다. 17일 오전 11시 26분 현재는 전날 보다 3.06%(2만1000원)이 더 하락한 66만6000원에 거래 중이다.
물적분할에 당황한 소액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투매하며 거래량도 폭증했다. 지난 16일 거래량은 95만8233주로 전날보다 220.2%가 늘었고 거래대금도 6720억원에 달했다. ‘패닉 셀’이 이어진 것이다.
소액투자자들이 당황하며 투매를 하는 이유는 물적분할 이후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물적분할이란 모회사에서 특정 부문을 떼어내 자회사로 만든 후 모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자회사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기존 LG화학 주주는 신설되는 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지만 LG화학이 신설회사를 지배한다.
이론적으로는 주주→LG화학→신설회사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기존 주주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신설회사를 물적분할한 대부분의 회사는 100% 지분을 보유한 형태를 유지하지 않는다. 기관투자자와 일반 공모자금을 모아 새로 기업공개(상장)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신설회사의 자본금은 늘어나지만 모회사인 LG화학의 지분율은 줄게 된다. 그만큼 기존주주로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물산(028260)과 삼성생명(032830)이 삼성전자(005930)의 주요 주주로 각각 5.01%, 8.51%(보통주 기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이익이 늘어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도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의 주가와 이익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과 같다. NAVER(035420)도 지난 1월 종속회사였던 라인을 분할해 일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Z홀딩스와의 통합을 추진 중이다. NAVER에 대한 라인의 지분율(72.64%)은 현재보다 낮아진다. 증권가에서는 이 때문에 NAVER의 투자 매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 투자자는 "배터리 산업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물적분할을 한다니 정말 당황스럽다"며 "LG화학에서 배터리 부문을 떼고 보면 뭐가 남는지 모르겠다. 그냥 페트병 제조회사와 다름없다. 투자자들은 닭쫓던 개가 된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80주를 보유한 최모(39·서울 명일동)씨는 "어제 하루에만 300만원 넘게 손해를 봤는데 갑자기 날벼락 맞은 것 같다. 지금이라도 팔아야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엘지화학 물적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에 피해를 막아주십시요’라는 글도 게시됐다.
LG화학은 물적분할이 배터리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이며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LG화학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 및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회사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회사 분할에 따라 전문 사업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증대돼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데 대해서는 "신설법인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연구개발(R&D) 협력을 비롯해 양극재 등의 전지 재료 사업과의 연관성 등 양사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장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신설법인의 기업 공개에 대해서는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부분은 없으나, 추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며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른 시설투자 자금은 사업 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활용하고, LG화학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어 필요할 경우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했다.
주요 증권회사들은 LG화학의 물적분할에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노우호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물적분할 진행 이후 원론적으로 LG화학 주주가치에 변화가 없다. 분할 방법에 대한 이견은 지엽적인 노이즈(소음)"라며 "여전히 영업이익 서프라이즈와 컨센서스(주가 전망치) 우상향을 예상한다"고 했다.
KB증권의 백영찬 연구원은 ‘LG화학 배터리사업 분할은 사업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2가지 측면에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판단된다"며 "전지 사업부가 경쟁기업 대비 적정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받을 수 있고, 물적 분할 이후 전지사업부 상장 등 유동화를 통한 투자재원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배터리 분사는 중장기 사업 경쟁력 확대와 밸류에이션 회복에 단연 긍정적"이라며 "배터리 가치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LG화학 주가에도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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