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부진을 겪은 롯데쇼핑 강희태號가 올해 대대적인 공격투자를 예고하고 나섰다. 롯데쇼핑은 올해 롯데온의 새 수장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하고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 중고나라 지분인수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이를 통해 매출 부진을 타개하고 '유통강국'의 자존심도 회복한다는 게 롯데쇼핑 사령탑 강희태 부회장의 2021년 각오다.
롯데쇼핑 강희태號가 올해 공격투자를 선택한 배경엔 상장을 통해 5조원의 투자금을 확보한 쿠팡과 네이버-신세계 연합군 등 치열해진 경쟁구도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사전포석 의미도 담겨있다. 이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초 사장단회의에서 혁신을 강조한 가운데 뽑아든 강희태 부회장의 이같은 강공 작전이 '유통강국' 자존심 회복의 신호탄 역할을 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롯데온 수장으로 이베이 전략사업본부장 영입...외부수혈 통해 경영혁신 추진=롯데쇼핑은 롯데온의 새 수장으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 본부장을 영입하기로 하고 최종 절차를 밟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조영제 전 대표를 사실상 경질한 후 외부에서 적합한 인물을 찾아왔다.
강희태 부회장도 지난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외부 전문가 영입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커머스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받아 주주들에게 송구하다"며 "외부 전문가를 도입해 그룹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롯데온 새 수장으로 유력한 나 본부장은 삼성물산·현대차그룹·LG텔레콤 등을 거쳐 2007년부터 이베이코리아에서 일했다. 이베이코리아에서는 간편 결제와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맡은 온라인 쇼핑몰 전문가다.
롯데쇼핑이 롯데온의 새 수장으로 이베이코리아 핵심 임원을 영입하면서 롯데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강희태 부회장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IM(투자설명서)을 수령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면서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 한 바 있다.
롯데쇼핑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한데에는 롯데쇼핑의 '롯데온'이 기대만큼의 실적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계열사 통합 이커머스 '롯데온'을 내놓고 이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롯데쇼핑의 막강한 오프라인 인프라와 온라인 역량이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까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롯데쇼핑은 코로나19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실적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매출은 16조761억원으로 8.8%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9% 하락한 3460억원을 기록했다.
또 최근 쿠팡을 비롯한 경쟁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진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하면서 약 5조원의 자금을 투입할 준비를 마쳤고, 신세계는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통해 온오프라인 최강 연합군을 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점유율 기준으로 롯데온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약 16% 점유율을 확보해 3강체제를 굳힐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베이코리아는 격변의 유통시장에서 판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로 재평가 받고 있다. 당초 5조원에 달하는 높은 몸값이 매각이 성사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쿠팡의 상장과 함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상장 직후 쿠팡 시가 총액이 100조원까지 치솟은 걸 감안하면 몸값 5조원은 오히려 저평가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 20조원을 돌파하며 쿠팡, 네이버쇼핑과 함께 3강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유일하게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알짜' 매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이베이코리아의 이커머스 점유율은 12%로 네이버(17%)와 쿠팡(13%)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16년이라는 시간동안 쌓아온 충성고객들도 이베이코리아의 강점으로 꼽힌다. 유료 회원제 스마일클럽을 비롯해, 스마일카드, 스마일배송, 스마일 페이 등 스마일 시리즈가 충성고객들을 락인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실제 스마일클럽 가입자는 지난해 기준 300만명을 넘어섰고, 스마일카드도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 이어 중고나라 지분 인수=롯데쇼핑은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업체 중고나라 지분 일부를 인수해 중고거래 시장에도 도전한다. 코로나19 속에서 중고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롯데온과의 시너지 확대를 통해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중고나라 지분 93.9%(약 1000억원)를 인수하는 사모펀드 유진-코리아오메가에 전략적·재무적 투자자(SI)로 참여해 3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쇼핑은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보유했다. 즉 롯데쇼핑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언제든 중고나라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인수 거래 금액은 총 1000억~1100억원 수준"이라며 "이 가운데 롯데쇼핑이 200억~300억 정도를 투자하게 된다" 며 "중고나라 경영권은 인수 주체인 유진자산운용이 갖는다. 롯데쇼핑은 지분 일부를 보유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투자에 따라 롯데쇼핑이 보유하게 될 중고나라 지분은 투자 금액에 비례해 23%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국내 중고 시장이 주류 소비문화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중고거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국내 중고 시장은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2003년 네이버카페로 시작한 중고나라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에 밀려 중고거래 시장 3위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 중고나라는 작년 거래액은 5조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회원수도 2330만명이며, 월사용자(MAU)도 1220만명에 달한다.
◆ 라이벌기업 공격투자 예고...쿠팡, 네이버-신세계 "주도권 안뺐긴다"=롯데쇼핑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자존심 회복에 나섰지만 향후 전망이 밝은 상황은 아니다. 쿠팡을 비롯해 네이버, 신세계 등 주요 경쟁 업체들도 올해 엄청난 투자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상장 이후 첫 투자로 완주군 신규 물류센터 설립에 나선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지 불과 2주 만에 이루어진 국내 첫 투자로, 국내 지역경제 활성화와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쿠팡의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쿠팡은 완주군과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완주군에 신규 물류센터 설립을 위해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지난 12일 상장 직후 인터뷰에서 "자금을 갖고 글로벌 경쟁자들과 겨룰 여건을 확보하고 지금까지 투자해왔듯이 공격적인 투자를 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면서 "특히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물류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은 2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체결면서 온오프라인 최강의 연합군을 결성했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이번 사업 협약을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 최강자로 재탄생, 유통 시장을 압도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이용 고객수는 신세계그룹 2000만명, 네이버 5400만명에 이르고, 양사 결합을 통해 45만명에 달하는 판매자수, 즉시/당일/새벽배송이 가능한 전국 물류망, 7300여 개의 오프라인 거점 등을 확보하게 돼 확고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2500억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진행한다. 이마트 1500억원, 신세계백화점 1000억원 규모로 네이버와의 상호 지분 교환을 통해 양사간 결속과 상호 신뢰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자사주 824,176주(지분 2.96%)를 네이버㈜ 주식 389,106주(지분 0.24%)와,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488,998주(지분 6.85%)를 네이버㈜ 주식 259,404주(지분 0.16%)와 맞교환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국내 온∙오프라인을 선도하는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만나 커머스, 물류, 신사업 등 유통 전 분야를 아우르는 강력한 협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신세계그룹이 가진 국내 최고 수준의 온∙오프라인 유통, 물류 역량과 네이버의 플랫폼, AI기술 등이 결합해 고객들에게 최고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소 셀러 등 파트너들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 티몬, 11번가, 마켓컬리도 공격투자 예고...연내 상장 청신호?=티몬과 11번가 마켓컬리 등의 경쟁상대도 올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예고했다. 새벽배송에 원조인 마켓컬리는 연내 증시 상장을 공식화했고 티몬도 최근 상장전지분투자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연내 기업공개의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컬리 관계자는 "연내를 목표로 상장 준비에 들어간 것은 맞다. 미국 증시로 한정하지는 않았다"면서 "한국과 미국 시장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11번가도 아마존과의 협업에 이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도 나서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박정호 SK렐레콤 대표는 지난 25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커머스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박 대표는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하고 온라인 중심의 소비 경제 활동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온라인 쇼핑이 전체 쇼핑의 30%를 넘어섰고, 반 이상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SK텔레콤은 작년부터 진행한 아마존과의 협력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갖고 있지 않았던, 글로벌 상품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고 커머스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지에 대한 질문에는 "영향이 있는 포트폴리오, 바인딩이 되지 않는 구조에 참여해서 전략을 유동적으로 구사해야 한다"며 "전략에 대한 부분이기때문에 구체적으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변을 아꼈다.
글로벌 1위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과의 협력이 본격화하면 업계의 지각변동에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호 11번가 대표는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성공적인 IPO 추진을 위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며 “특히 아마존 직구 서비스에서는 언어, 결제, 배송, CS 등 네 가지 영역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가장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움츠렸던 겨울을 지나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한 롯데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예전의 유통강자로서의 모습을 되찾을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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