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시장 생계형 소상공인에 ‘숨구멍’
0.1% 대기업 진출 시 도미노 폐업 예상
공정한 경쟁될 수 있는 시장 생태계 돼야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영세한 떡볶이 업체들은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입니다. 이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순간 소상공인은 다 망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영세 업체들이 어렵게 키워놓은 1,300억 원 떡볶이 시장에 숟가락만 올리겠다는 심보잖아요.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영세 업체들이 대규모 유통 능력까지 갖춘 기업을 어떻게 상대하겠어요."
김명진 아셀떡 대표는 6년 전 떡볶이 시장에 뛰어든 소상공인이다. 종업원 수 10명. 떡볶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다양한 제품 개발에 뛰어들면서 ‘아셀떡’이라는 브랜드를 꾸준히 키웠다. ‘곤약현미떡볶이’, ‘끝판떡볶이’ 등과 같은 효자상품을 론칭하면서 소비자들의 입소문도 탔다.
떡볶이 제조부터 판매까지 도맡으며 최근에는 가정 간편식으로 전향해 인기를 구가 중이다. 수출도 시작했다. 베트남, 일본, 필리핀 등에서 합격점을 받고 해외시장의 물꼬도 텄다.
김 대표에게 떡볶이 시장은 생계형 기업들의 ‘숨구멍’이다.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제조 기술 보다 일선 영세 업체들이 시도할 수 있는 소스류 개발이나 다른 품목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때문에 큰 수익은 나지 않지만 소비자 니즈에 즉각 반응하며 ‘유니크’한 상품을 개발해 떡볶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환경도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
"이 같은 환경에서 대기업이 떡볶이 시장에 진출한다니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죠. 코로나19로 많은 소상공인들이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버티고 버티는 상황입니다. 소상공인들은 변변한 유통 채널 없이 온라인을 활용하거나 끊임없는 제품 개발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거든요. 공룡 같은 대기업이 토끼와 같은 영세 업체와 경쟁을 벌이겠다니. 그동안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국내 식품 기업별 분포도를 살펴보면 수많은 소상공인이 떡볶이라는 품목 하나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식품 대기업은 14개 사로 0.1%를 차지하고 있고 중·소기업은 85개 사로 0.7%를 점유한다. 소상공인의 경우 약 1만 2,180곳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 천제 규모의 99.2%를 차지한다. 수많은 소상공인,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떡볶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떡볶이 제품의 안전성, 해외 수출 제고 명목으로 떡볶이 직접 생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년간(‘14~’19)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시장 진출이 막힌 데다 이제는 영세 업체들도 대기업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대기업들은 떡볶이 제품을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고 OEM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상공인들도 국가에서 인증하는 해썹(HACCP) 기준을 대부분 충족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도 하고요. 대기업 주장에 공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수출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해외에 수출에 나선 업체들은 인기 만점 상품으로도 판매고를 올리고 있기도 하고요, 그동안 수많은 영세 업체들이 일궈놓은 떡볶이 시장에 이제야 매력을 느끼나 봅니다.”
김 대표는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면 영세 업체들의 매출 타격을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소상공인들은 지금도 대기업 OEM은 꿈도 못 꿔요. 그나마 중소기업이 전담하는 형태죠. 아마 대기업이 떡볶이 직접 생산에 들어가면 그들에게 OEM을 받고 있는 중견기업부터 줄줄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겁니다. 영세 업체들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는 건 시간문제죠. 우리들은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 기업을 운영하지 않아요. 그저 생계를 위해 떡볶이 시장의 건전한 유통 생태계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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