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지난 주말 방문한 뉴저지주 소재 대서양 바닷가 샌디훅에서 파티를 즐긴 건 우연이었다. 저녁노을이 질 무렵, 기자의 눈에 한무리의 바닷가 마을 주민들이 모여 록밴드의 연주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야외 모임 금지 등으로 인해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백신 접종이 낳은 결과물이다.
주민들은 기자에게 함께 파티하자고 강권했다. 기꺼이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한 주 앞두고 해외 참전 용사들을 위한 기금 모금 행사라고 했다. 맥주값과 함께 약간의 기부금을 모금함에 넣었다.
이후 기자는 아시아인은 아무도 없는 백인들만의 파티 중앙 무대에 서 있었다. 파티밴드는 AC/DC, 톰 패티 등 미국인들의 애창 7080 팝송을 연이어 연주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참석자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으로 화답했다. 밴드나 파티 참석자들 모두 1년을 참았다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자의 생각도 같았다.
이날 무대에 선 록밴드 ‘로 바이닐’의 보컬리스트 스티븐은 다음 주에도 연주한다고 했다. 1년도 넘게 무대를 잃었던 밴드도 일거리가 생긴 것이다. 가족 네 명이 함께 파티에 왔다는 20대 존은 "다음 주에도 밴드의 공연을 보러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곳만이 아니었다. 길 건너 바의 입구 앞에서는 블루스 밴드가 손님들과 함께 모임이 허용된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이번 주말 시작될 메모리얼 데이 연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경제 사회의 변화를 확인할 기회다. 메모리얼 데이는 미국 사회에서 현충일이라기보다는 여름휴가 시즌의 시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많은 이들이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지, 연인을 보기 위해 여행을 예정하고 있다. 상점들은 메모리얼 데이 세일 준비에 한창이다. 연말연시 대목을 제외하면 이만한 쇼핑 시즌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이 대부분 사라진 이번 메모리얼 데이 소비는 향후 미국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여지가 크다. 다음 달 발표될 5월 소비 및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수정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이미 4.2%까지 치솟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관건은 고용 회복 여부다. 소비 확대를 뒷받침할 고용이 부족한 건 엄연한 현실이다. 파티가 다시 열릴 정도로 일상이 회복됐지만, 여전히 일터로 복귀하려는 이들은 기대 이하다.
한 지인은 최근처럼 구인 광고를 많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직원을 구할 수 없다 보니 출근 즉시 1000달러 지급하겠다는 묘안까지 등장했다.
24시간 영업을 재개한 맨해튼 지하철의 승객수는 코로나19 이전의 상황과는 여전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터로 향하는 이들이 그만큼 적다는 방증이다.
최근 방문한 한 식당의 서버의 모습에서 미국 경제의 난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혼자 12 테이블을 맡고 있어 응대가 늦을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사실이었다. 주문과 서빙이 밀리다 보니 더 주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마도 서빙이 제대로 됐다면 매장은 더 많은 매상을, 직원은 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다. 정상화까지 가는 길목에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어떤 변수가 또 있을지 모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파티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축배를 지금 들기는 시기 상조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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