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계획을 발표하고, 한국은행 역시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인플레이션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들 '빅 이벤트'가 11월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10월 코스피 3,000선 하회…국채금리 3년 만에 2% 돌파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앞둔 경계감에 글로벌 공급망 대란, 인플레이션 우려 고조, 중국발 불안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10월 주식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코스피는 3,068.82에서 2,970.68로 3.20% 하락했다.
지난 7월(-2.86%)을 시작으로 8월(-0.10%), 9월(-4.08%)에 이어 4개월 연속 월간 하락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6월 고점 대비 하락률은 10%에 이른다.
특히 10월에 지수는 지난 1월 이후 처음 3,000선을 밑돌며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국내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취약해진 가운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선반영해 채권 금리는 급등했다.
지난 27일 대표 시장금리로 통하는 3년물 국고채 금리는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연 2%를 돌파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9월 말 연 1.929%에서 10월 말 연 2.103%로 한 달간 17.4bp(1bp=0.01%포인트)나 오른 상황이다.
전 세계에서 물가가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자 각국 중앙은행은 속속 긴축적 통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이벤트는 테이퍼링 공식화다.
미국 연준은 다음 달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테이퍼링 일정을 발표하고, 11∼12월 중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11월 25일 금통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리며 초저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이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이주열 한은 총재가 11월 인상 가능성을 뚜렷하게 시사한 만큼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연준이 11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공식화하면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013년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이른바 '출구전략' 방침을 밝힌 후에도 세계 증시가 급락하고 금리는 치솟는 등 후폭풍이 몰아쳤다.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테이퍼링이 새로운 재료는 아니다. 또 그동안 시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한 만큼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연준의 테이퍼링 결정은 금융시장 단기 변동성 확대 요인"이라며 "앞서 미국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저조하게 나온 상황에서 단행되는 테이퍼링이 일시적으로 시장의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은 테이퍼링을 오래전부터 인지했으며, 테이퍼링이 본질적으로 유동성을 회수하는 정책은 아니어서 장기간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의 11월 기준금리 인상은 거의 확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내년 추가 금리 인상 횟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시장에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최근 국고채 금리는 내년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2회 이상 올릴 가능성을 반영한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에 11월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면 오히려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금리 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통화정책 불확실성"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은 확실해졌지만 언제, 어디까지 올릴지 확실한 시장 전망치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은 11월 금통위에서 향후 정책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금통위에서 만족할만한 해답이나 실마리를 찾는다면 금리는 일시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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