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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구 민심은…“윤석열, 보수니까”…물밑선 “그런 건 맹목” 달라진 목소리도 - 경향신문

시민 대다수 정권교체 희망
“이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
‘윤, 박근혜 수사’ 영향 미미

20대 대통령 선거를 약 2주 앞둔 지난 23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학생들이 북문 앞 거리에 걸려 있는 여야 대선 후보들의 홍보 플래카드를 보며 횡단보도를 지나가고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20대 대통령 선거를 약 2주 앞둔 지난 23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학생들이 북문 앞 거리에 걸려 있는 여야 대선 후보들의 홍보 플래카드를 보며 횡단보도를 지나가고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아빠 말이 다 맞아요’ 하고 물러났어요. 괜히 싸울까봐.”

23일 대구에서 만난 경북대 학생 김영서씨(25)는 ‘부모님과 정치 얘기는 자주 하느냐’는 질문에 잠시 침묵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잘 안 해요. ‘너도 문빠야’ 하셔서.” 김씨가 현재 투표를 고민하는 사람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다.

동성로, 서문시장, 경북대에서 만난 시민 6명 중 대다수가 ‘정권교체’를 희망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 코로나19 확산 이후의 경제난, 조국 사태 등을 이유로 현 정부에 실망감을 토로했다. 하지만 지지하는 후보는 각기 달랐다.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만난 전응열씨(68)는 “당연히 윤석열, 보수니까”라고 말했다. 장기수씨(70)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그 말이 제일 좋았어”라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직장인 황정훈씨(28)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는 국민의힘 지지세가 가장 탄탄한 지역이다. 흔들림 없는 수면과 달리 물밑에서는 변화의 줄기가 흐르는 듯 보였다. 2030 젊은층의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바라지만…’

젊은층 “과거·도덕성 봐야”
표심 기준도 “공약 설득력”
‘차악’ 이재명 뽑겠다는 이도

“백 프로!” 장씨가 ‘정권교체인가 정권유지인가’라는 질문에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는 공고한 국민의힘 지지자다. 서문시장에서 30년 동안 양말을 팔았다는 그는 코로나19 확산 후 침체된 시장 분위기에 불만이 많았다. 매상이 반토막 났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공산주의 이론”이고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은 “노는 사람에게 돈 주는 정책”이라고 믿는다.

전씨는 이 후보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서 싫다고 했다. 광주에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비석을 밟더니, 경북에 와서는 전씨에 대해 ‘공과가 존재한다’고 한 것을 들며 “말이 자주 바뀐다”고도 했다.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종봉씨(35)도 윤 후보 지지자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줬지만 마음을 바꿨다. 결혼 적령기, 급등한 부동산 가격에 충격을 받았다. “이 후보의 공급 확대는 대부분 임대주택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임대는 매매 소유하고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다들 자기 집 갖고 싶어 하는데, 윤 후보 얘기가 더 설득력 있었어요.” 김씨는 ‘정권심판론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정책 방향이 공감돼 윤 후보를 지지하는 거지, 심판론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선거 전략으로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영서씨는 일각의 윤 후보 지지에 대해 ‘맹목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집안 전체적으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찬양하는 분위기가 강했어요. 맹목적이라고 느꼈어요. 지지하는 사람의 과거나 도덕성을 따져보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안 후보를 지지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12월 경북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이다. 모든 사람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득표에 유리할 것이 뻔한데도 소상공인에게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안 후보의 모습이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안 후보의 정시 확대 공약도 마음에 들었다. “상위 학과에는 수도권 학생들이 몰려 있거든요. 어떻게 들어왔냐고 물어보면 학생부종합특별전형이라고 얘기해요. 기득권층에 유리한, 취지를 잃은 제도 같아요.”

■‘차악’ 고르는 ‘비호감 대선’

김영서씨는 안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도 ‘소수파’인 유승민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가장 청년을 위한, 현실성 있는 정책을 내놨다고 생각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되면 20대 여성은 다 죽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토론회에서 ‘청년들은 월세로 연 800만원씩 쓴다’고 발언했을 때 윤 후보의 멀뚱한 반응을 보면서 ‘청년 현실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황씨는 김씨와 정반대 입장이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황씨는 “그래도 1위나 2위 중에 뽑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건 심 후보이지만 지지율이 워낙 낮아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국민의힘 경선 때만 해도 황씨는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다. 윤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는 걸 보며 이 후보로 마음을 바꿨다. 그는 윤 후보에 대해 “정치 경력도 없고 검사 생활만 오래한 분이라 그런지 정치나 경제 문제를 전반적으로 잘 모르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이 후보를 특별히 선호하지는 않는다. “이전 대선은 탄핵, 정권심판이라는 의제가 확실했는데 지금은 (여야) 두 후보 모두 문제가 많잖아요. 대장동, 배우자 문제, 무속…. ‘비호감 대선’에서 차악을 고른 거죠.”

■‘국정농단’ 후 변화한 여론 지형

시민들은 이 지역 여론이 변화한 계기로 ‘박근혜 탄핵’을 꼽았다. 황씨는 “(국민의힘이) 박근혜 때 대구에서 중도층을 많이 잃어버렸다. 젊은층은 2016년 촛불집회 이후로 정치에 관심이 늘었고, 정당보다는 후보의 자질이나 공약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장씨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때(탄핵·촛불집회) 이후로 이 지역에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봐야 한다”며 변화상은 인정했다. 다만 장씨는 “젊은이들이 한번 속았으면 됐지, 또 속겠나”라면서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봤다.

윤 후보가 ‘박근혜 수사 검사’라는 사실은 표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듯했다. 김건희씨와 김혜경씨, 두 후보 배우자가 받는 각종 의혹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민도 많지 않았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가장 일치한 것은 ‘요즘의 생활’을 말할 때였다. 인터뷰를 시도한 시민 30여명 중 상당수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먹고사는 문제나 해결해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코로나19 이후 매출 감소와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토로했다. 택시 기사 김모씨(58)는 이렇게 말했다. “빈 가게, 폐업 딱지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정치인들 주변에 의사 등 전문직, 교수, 고위 공무원처럼 훌륭한 사람이 많겠죠. 하지만 그 사람들이 서민들 삶을 체감하지는 못하잖아요. 당선 가능성 생각하면 큰 정당 후보를 뽑아야 될 텐데, 걱정이네요. 누구는 어퍼컷하고 누구는 발차기하고 쇼맨십이나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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