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영어·수학 교습학원에서 만난 원장 장세영씨(49)는 수업 시수를 늘리는 중이었다. 학생이 늘어서가 아니다. 이날부터 학원·독서실에 적용된 ‘한 칸 띄어앉기’ 방역조치 때문에 한 수업에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한 타임을 2~3타임으로 쪼개거나 2회 수업을 3회로 늘리는 식으로 조정했다. 정씨는 “코로나19가 너무 많이 번지고 있어서 방역조치에 반대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러면 강사들이 일을 2시간 정도 더 하게 된다”며 “학부모와 학생이 불편하겠지만 최대한 양해를 구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패스가 해제된 시설인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와 백화점·마트에 이날부터 새 방역조치가 시행됐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확산하자 방역당국이 내놓은 보완 조치이다. 학원은 책상에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2㎡당 1명씩 앉기 또는 한 칸 띄어 앉기를 해야 한다. 독서실과 스터디카페도 칸막를 설치하거나 한 칸 띄어 앉기를 지켜야 한다. 백화점과 마트 등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는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다. 큰 소리로 판촉·호객을 하거나 행사를 열어서도 안 된다.
새 방역조치가 시작된 첫날, 대상 시설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원 원장 정씨처럼 수업 시수를 조정해야 하는 경우는 일이 늘었지만, 칸막이 설치 등은 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 자체적으로 조치한 경우가 많았다. 학원과 독서실은 지난해 11월까지 4㎡당 1명 제한이 걸린 적도 있다.
서울 강북구 스터디카페 대표 이모씨(52)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100석 규모인 그의 스터디카페의 개방형 좌석에는 칸막이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크게 줄어서 한 칸 띄어앉기를 해도 매상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손님들도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의식했는지 개방형 좌석 대신 폐쇄형 부스 좌석을 이용하고 있었다. 방역패스가 적용돼 손님이 20% 줄었던 때가 더 타격이 컸다고 기억했다.
이씨는 “기본적으로는 정부 방침이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스터디카페는 말을 안 하고 칸막이도 있으니 오히려 더 안전한데, 방역패스 폐지 후 새로 또 방역 조치를 적용하는 건 과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백화점과 마트에서도 큰 혼란은 감지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백화점 지하 대형마트는 큰 소리의 판촉·호객행위가 사라져 조용한 분위기였다. 양념 고기를 판매하는 매대에 선 직원이 주변을 지나는 손님들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구입을 권유할 뿐이었다. 시식 코너가 있을 법한 즉석식품·견과류 매대에도 시식용 제품은 놓여 있지 않았다.
해당 마트 안주코너에는 닭발과 껍데기 볶음이 진열돼 있었지만 시식용 일회용품 식기는 없었다. 안주코너를 지키던 직원 A씨에게 시식을 문의하자 “코로나19 때문에 시식을 못 한다”며 “(새 방역조치 도입 전)코로나19가 퍼진 2년 전부터 시식코너를 뺐다”고 했다.
인근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판촉 행사에 나선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제빵 코너 직원은 시식용 빵 조각도 없어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찬거리를 사러 나온 고객 정모씨(52)는 “시식이 없어진 건 아쉽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적응돼서 크게 실감은 나지 않는다”며 “뉴스를 보니 확진자가 수만 명씩 늘어난다는데 걱정도 되고 무뎌지는 것도 같고 복잡한 심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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