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강자'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유통업계의 신용등급 하락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함께 유통업계의 판도 변화가 일어나며 전통 유통사들의 경우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롯데쇼핑이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은지 채 2년이 못돼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오랜 기간 AA+ 신용등급을 유지해 왔던 롯데쇼핑은 지난 2018년 이후 지속적인 등급 하락 위기를 겪어왔다. 위기 원인은 유통업계의 경쟁강도 증가와 성장세 하락에 있었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백화점·대형마트 중심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로 옮겨지며 전통 유통사들의 수익성도 위협받게 된 것이다.
롯데쇼핑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의 업황 전망은 올해도 긍정적이지 않다. 롯데쇼핑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소매유통산업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소비자들은 이커머스 채널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기존 유통사들은 수익성 악화와 투자 확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백화점 3사' 중 롯데쇼핑을 제외한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상황은 다소 나은 편이다. 실적 부진이 신용등급 강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롯데쇼핑과 달리 신세계, 현대백화점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세계는 연결 재무재표 기존 매출액 6조3164억원, 영업이익 517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32.4%, 484.6%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매출은 57.2% 증가한 3조5724억원, 영업이익은 94.6% 증가한 2644억원을 거뒀다. 이커머스의 지배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명품 소비에 대한 수요가 백화점으로 몰리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이커머스가 공략하지 못하는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 것이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보복소비' 흐름과도 맞아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쇼핑의 경우 백화점 부문 실적은 소폭 개선에 그쳤다. 매출은 2조8880억원, 영업이익은 3490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에 그쳤다. 롯데쇼핑의 경우 고급화 전략에 다소 뒤쳐진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점포 대형화와 함께 대형 리뉴얼을 시도한 경쟁사와 달리 다수 지역에 점포를 유지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몰과 아울렛을 제외하고 3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에 비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각각 13개, 16개를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점포에 집중하며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도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을 제외한 타 유통업계의 경우 이랜드리테일, 코리아세븐 등이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아졌다. BBB+였던 신용등급은 종전 그대로 유지됐다. 이랜드그룹은 수년간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하는 가운데 투자 부담은 늘어나고 있어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등급 전망이 하락하며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뤄진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서도 미매각 물량이 대량 발생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 역시 지난해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됐다. 편의점 업계도 공격적인 출점 경쟁과 제한적인 시장 성장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GS25와 CU에 이은 3위 사업자 위치인 코리아세븐의 경우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포 수에서 선두 기업에 뒤쳐진 상태다. 다만 한국미니스톱 인수에 성공하며 향후 수익성 개선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기업평가는 코리아세븐의 미니스톱 인수에 대해 "대규모 점포를 일시에 확보하게 되면서 규모의 경제 강화로 교섭력이 커지고, 물류비용 등 고정비 부담도 축소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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