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등 디지털기기 구입도 활발… 중고거래, 4050 비중이 2030보다 커
“플랫폼 충성도 높은 핵심 소비층”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주부 박은실 씨(59)는 자가격리 기간 외출을 못 했지만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마트에 가는 대신 스마트폰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으로 식료품을 배송시키고, 배달 앱에서 외식도 주문했다.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비타민 등 건강식품도 구입했다. 박 씨는 “모바일 쇼핑으로 반려동물 사료는 물론 지인 선물용으로 e쿠폰도 자주 산다”고 말했다.
과거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디지털 미아’로 불렸던 시니어 세대들이 온라인 쇼핑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대면 소비에 눈을 뜬 50대 고객들이 패션, 디지털 기기는 물론이고 중고, 재고품 거래 등 틈새시장으로 소비 영역을 넓히고 있다.
27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 고객에게 판매된 주요 카테고리의 판매 신장률은 2년 전인 2019년보다 크게 늘며 전체 판매 신장률을 견인했다. 50대 이상의 판매 성장률을 품목별로 보면 신선식품 35%, 건강식품 34%, 수입명품 64%를 기록했다. G마켓 전체 연령대 평균 신장률(신선식품 33%, 건강식품 27%, 수입명품 53%)보다 모두 높았다. 50대 이상 고객들은 취미 투자와 선물 구입에도 온라인 쇼핑을 적극 이용했다. 전년 대비 캠핑·낚시 관련 제품은 15%, e쿠폰은 89%씩 판매량이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여가를 보내는 게 일상화되면서 중장년층의 디지털 기기 소비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G마켓에서 50대 이상 고객들이 사들인 OTT 셋톱박스는 2019년 대비 305%, 집에서도 영화관 기분을 낼 수 있는 프로젝터 용품은 340% 증가했다. 2년 새 판매량이 4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게임·음향·영상 콘텐츠를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VR) 기기와 사운드바도 각각 29%, 59%씩 더 팔렸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 용품도 같은 기간에 7배 이상(681%)의 상승세를 보였다. G마켓 관계자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고, 경제력도 뒷받침되는 시니어 세대가 온라인 쇼핑의 큰손으로 부상했다”며 “코로나19로 디지털 기기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증가하며 젊은 세대 못지않게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들에 50대 고객은 ‘영포티’로 불리는 40대와 함께 매출을 견인해줄 핵심 타깃층으로 떠올랐다. 1030세대 자녀들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면서도 구매력이 높고, 한번 마음에 든 플랫폼을 잘 바꾸지 않는 충성도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의 ‘2021 한국의 소비생활 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50대 디지털 소비 이용률은 29.5%였으나 2021년에는 79.2%로 2.6배 뛰었다. 40대는 90%가 넘었다.
4050세대는 온라인 재고, 중고거래 플랫폼에도 활력을 넣고 있다. 재고 전문 쇼핑몰 리씽크는 지난해 4050세대 매출과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각각 33%, 46% 증가했다. 당근마켓 이용자는 2020년 기준 4050세대가 46.5%를 차지해 2030세대(45.5%) 비중을 넘었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4050세대 여성들의 참여가 늘면서 여성의류, 패션 잡화, 생활용품 거래는 물론 식물 등 취향 거래까지 늘고 있다”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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