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 세계 증시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였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는 얼어붙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국들은 완화적 통화정책, 제로금리, 사상 최대 규모의 양적 양화를 단행했다.
하반기에 들어서는 빅 테크 기업의 실적 호전과 넘치는 유동성으로 반등했다. 동학개미는 1400선까지 급락했던 코스피를 2800선까지 끌어올린 주인공이었다. 2021년 신축년은 경기 회복 시장이 예상됨에 따라 상승 장세를 이어갈지 전망을 정리해본다.
2021년 세계 증시는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2021년은 2020년보다 속도가 다소 느려질 것이나 미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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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은 코로나19 백신 기대와 조 바이든의 당선이 전세계 주가 랠리를 이끌 것이라며 2021년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2021년 S&P 500이 430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JP모건은 2021년 초까지 S&P500이 4000선을 넘어선 후 2021년 말까지 약 4500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2021년은 올해와 닮은꼴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JP모건 에셋매니지먼트의 패트릭 쇼위츠 글로벌 멀티에셋 전략가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에서 "글로벌 증시가 한 자릿수 중반에서 후반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투자자들이 달라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바이러스와 관련한 약간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런 정도의 나오는 과정은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 증시가 닷컴 버블 붕괴가 시작됐던 2000년 수준으로 시장에 거품이 가득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라증권 뉴욕지사의 시장분석가 찰리 매켈리고트는 NYT에 "지금 시장은 분명히 입에 거품을 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당장 증시가 내림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의 견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향후 수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채권을 대량 매입하는 등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리스크를 줄일 것이란 판단이다.
뉴욕 소재투자회사 스피어스아바커스의 젭 브리스는 "이 모든 상황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상승장이 멈출 이유는 찾지 못했다"면서 "아직 고점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떨어지는 추세인데 한국의 외환당국도 급격하지 않은 환율 하락은 개입에 신중한 태도다. 원화를 가지고만 있어도 달러화에 비해 가치는 상승할 것이란 풀이다.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2021년 미국의 달러 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인 폴리 환율 전략가는 "변이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는 경제 활동 반등을 줄일 것이고 이로 인해 유로-달러 환율은 내년 1분기 1.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 재고율 하락과 기업마진 개선 전망 등은 경기 회복에 따른 달러화의 약세 방향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달러 약세와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은 신흥국 위험자산에 공통 호재다. 이에 단기(3개월)적 관점에서 신흥국 증시 투자 비중을 선진국 증시보다 늘리라는 제안이 나온다. 장기(1년) 관점에서도 한국과 중국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유로존도 역시 미중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글로벌 주요국 경기 회복, 백신 보급, 락다운(봉쇄) 우려 완화로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견고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의 경우 아르헨티나, 터키 등 일부 신흥국을 제외하면 아직은 큰 변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도 코스피 목표치 상단을 3000선 초반대까지 열어놓았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4개 증권사는 모두 내년 목표치를 최근 3000선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전망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내년도 국내 기업들 주당순이익(EPS)이 올해 대비 41% 급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며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KB증권은 "바이든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순이익 증가(+52% 예상) 등으로 경기와 실적이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내년 코스피는 3200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계 증권사도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JP모건은 "내년 한국 기업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주주친화 정책으로 그동안 있었던 한국증시 저평가를 극복할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시중 자금은 주식으로 유입되고 코스피는 3200포인트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3년 만에 주가 랠리를 보이며 연일 최고점을 경신했다. 2021년은 반도체 업황의 '슈퍼 사이클' 진입으로 수년간 횡보했던 매출이 증가해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1년 D램(Dynamic Random Access Memory) 반도체 시장은 슈퍼 사이클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 내 카메라 탑재량 증가와 스마트폰 CIS(이미지센서)의 뚜렷한 성장세 전망 등 때문으로 증권가는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공급계약이 대폭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높은 수요에 비해 낮은 공급으로 인해 내년과 내 후년 메모리 반도체의 빅사이클이 다시 재현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2021년 삼성전자는 '9만 전자'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8만10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도 목표가를 9만1000원으로 올려잡으며 성급한 차익 시현보다 매수와 보유 전략을 조언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텔의 공정기술 문제에 따른 외부 파운드리(수탁생산) 가능성,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자체 CPU 설계에 따른 신규 파운드리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SMIC의 블랙리스트 등재에 따른 파운드리 초과 수요 등 파운드리 실적 상향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백신주는 떠오르는 종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제약·바이오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헬스케어 지수는 2020년 90.7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헬스케어 지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의 대형 바이오 종목의 비중이 높다.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중·소형주를 포함하면 수익률은 100%를 훌쩍 넘을 것으로 파악된다. 상승세는 2021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상장사들이 계속 성장하면서 내년에도 주가와 실적 면에서 모두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올해 높은 실적 베이스가 부담이지만 실적에 플러스 요인이 많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백신을 넘어 치료제 생산에 기대감을 높이면서도 내년 3월 공매도 재개를 우려했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1월까지는 주가 상승이 이어질 수 있지만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2월부터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이미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 투자 매력 측면에서 부담감이 있고, 코로나 관련 재료도 줄어들고 있어 기존 보다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빌려서 주식을 판 뒤 이후 이보다 싸게 사들여 이익을 남기는 투자 방법이다. 국내의 경우 개인보다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거래가 수월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내년 3월 공매도가 재개되는 분위기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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