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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상태에서 거미는 어떻게 거미줄을 칠까 - Science Times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실험은 때로는 황당한 실패로 끝나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행복으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우주에서의 거미 실험은 바로 이러한 교훈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이다.

질문은 비교적 간단하다. 지구에서 거미는 한 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대칭적으로 뻗어 나가면서 거미줄을 만든다. 거미는 쉴 때 머리를 땅쪽으로 향하는데 이것은 먹이를 잡으러 갈 때 중력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거미는 무중력상태에서는 어떻게 움직일까. 2008년 미국항공우주국은 우주에서 거미가 활동하는 모습을 중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항공우주국을 홍보도 하고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아주 좋은 소재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실패와 좌절이 과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실제로 해 보니 실험을 계획하기도 어려웠고, 실험이 계획대로 진행되지도 않았다.

전형적인 거미줄 © 위키피디아

서로 다른 종류의 거미 우주비행사 2마리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라갔다. 제1거미 우주비행사(Metepeira labyrinthea)가 주요 실험 대상이었고, 만일에 대비해서 예비 거미우주비행사(Larinioides patagiatus)도 동반했다.

그런데 예비 거미 우주비행사가 창고에서 빠져나와 제1거미 우주비행사가 거미줄 작업을 하던 실험실로 기어 들어왔다. 안전상의 이유로 실험실 문을 열 수 없어, 두 거미 우주비행사는 서로 길을 가로막으며 다소 뒤죽박죽이 된 거미줄을 쳤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거미 음식으로 준비한 파리들이 예상보다 더 빨리 번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파리 유충이 실험실 안으로 들어왔다. 2주가 지나 파리가 실험실 유리창을 뒤덮으면서 한 달 뒤에는 거미가 파리떼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 2011년에 유사한 실험 기회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이번에는 스위스 바젤 대학의 새뮤얼 쇼케(Samuel Zschokke) 박사가 새로운 거미 실험을 준비했다. 실패의 경험을 살려 같은 종의 거미(Trichonephila clavipes) 4마리를 골랐다. 두 마리는 ISS에 탑승했다. 두 마리는 지구상의 별도의 서식지에서 거미줄을 치게 했다. 지구 중력에 노출된 것을 제외하고, 지구상 거미와 우주 거미는 동일한 실험 조건에서 관찰되었다.

우주공간과 지상에서 동시에 실험 실시

이 계획은 원래 네 마리의 암거미를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거미는 어린 것을 실험 대상으로 선정해야 하는데, 어린 거미의 성별을 분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험 도중 성장한 거미 중 두 마리가 수컷으로 밝혀졌다. 수컷 거미와 암컷 거미는 다 자라면 신체 구조와 크기가 현저하게 다르다. 다행히 행운은 과학자 편이었다. 수컷 한 마리는 우주 정거장에 타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지구상에 있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거미줄을 치고 있는 실험 거미 ©BioServe Space Technologies,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거미들은 열심히 거미줄을 쳤다. 두 실험장에 3대의 카메라가 5분마다 한 장씩 사진을 찍었다. 과학자들은 이 사진들을 이용해서 100개의 거미줄의 대칭성과 거미의 방향성을 분석했다.

예상과는 달리 무중력 상태에서 만들어진 거미줄이 지구상에 있는 거미줄보다 더 대칭적이었다. 우주 거미줄이 더 중심이 분명했다. 거미가 항상 고개를 아래로 숙이지도 않았다.

중요한 발견은 거미줄을 불빛에서 쳤는지, 어둠 속에서 쳤는지가 차이를 만들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짠 거미줄도 불빛 아래에서 짠 것이 더 비대칭이었다.

어둠 속에서 더 정교한 거미줄 구성

실험 결과를 사이언스 오브 네이처(Science of Nature) 저널에 발표한 연구팀은 “빛이 우주에서 거미들의 방향을 잡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더욱 운이 좋았던 것은 램프가 여러 면에 붙어 있지 않고 방 꼭대기에 부착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무중력 상태에서 거미줄의 대칭에 미치는 빛의 효과를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진을 분석한 결과, 거미는 불이 꺼졌을 때는 임의의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휴식을 취했다. 불이 켜졌을 때는 빛의 반대 방향인 아래쪽으로 머리 방향을 틀었다. 거미는 중력이 없을 때 방향 보조 도구로 빛을 사용하는 것 같다고 과학자들은 발표했다.

거미는 어둠 속에서 거미줄을 치고 빛 없이 먹이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빛이 거미의 방향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이에 대해 쇼케 박사는 “거미는 중력이 없는 환경에 노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방향성을 위한 백업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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