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의 3억2022만여 건 구매 빅데이터 분석
코로나19가 지난 1년간 소비자들의 돈 쓰는 방식을 확 바꿔놨다. 중앙일보는 2020년과 2019년 롯데백화점의 구매 관련 3억2022만여건의 빅데이터를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롯데백화점 이용객 837만명의 돈 쓰는 방식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에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백화점에 덜 가고, 한 번 가서 더 사고, 쇼핑공간에서 따로 즐기는 이른바 ‘덜·더·따' 소비(덜 가고, 더 사고, 따로 즐김) 행태가 뚜렷했다.
쇼핑 횟수 줄었지만, 한 번 살 때 많이 사
이런 현상은 구매력이 강한 ‘상위 20% 소비자’에서 더 뚜렷했다. 이들의 1회 방문 때 평균 구입액은 2019년 24만원에서 지난해에는 30만원으로 커졌다. 김철관 롯데백화점 데이터 인텔리전스 팀장은 “고객들의 방문 횟수는 줄었지만 목적 구매 성향은 강화됐다"며 "한 번 방문해도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쇼핑을 할 수 있게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핑 시간 줄고, 붐비는 시간대도 변화
하지만 지난해에 오후 7시 이후 방문객은 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에 퇴근 후 장을 보러 들르곤 했다는 나현아(33ㆍ여) 씨는 “재택근무를 자주 하다보니 퇴근 개념도 약해지고 또 퇴근 시간에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오히려 안가게 된다"며 "요즘엔 백화점이 상대적으로 한산한 평일 오후 3~4시쯤에 자주 간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온라인구매 건수도 퇴근 시간대는 한 해 전보다 28.6% 줄었고, 점심시간대의 구매 건수는 16.4% 늘었다.
쇼핑 가도 공유나 쇼핑객과 섞이는 것 꺼려
또 코로나19 후에도 MZ세대(1990년대~2000년대 초중반 출생자)의 소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연령대의 소비액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한 해 전보다 소폭이지만 1%가 늘었다. MZ세대의 소비 증가는 1인 가구의 증가와도 맞물려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은 대학생 1인 가구, 직장인 1인 가구로 추정되는 소비가 각각 24%~32%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종혁 롯데백화점 고객경험부문장은 “코로나19 이후 쇼핑객들의 목적구매 성향은 더 강해졌고 오프라인 매장 방문 횟수도 줄었다"며 "유통업체로서는 층별로 무작정 상품을 진열하기보다 쇼핑 패턴을 분석해 최적화한 이용 경험을 제공하는 게 생존 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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