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SNS 플랫폼의 질주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많다. 가짜뉴스가 여론을 왜곡하고 민감한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기존 유통 시스템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소비자 피해도 일어난다. 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피해 사례들을 보면 `난장판`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200만원에 육박하는 명품 가방을 구입하고 1년이 넘도록 받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량품이라 반품과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이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피해를 입고 상담한 건수가 3960건에 달한다. 배송 지연이나 아예 상품을 보내지 않는 경우가 60%로 가장 많았고 계약과 청약 철회 거부, 품질 불량이 그 뒤를 이었다. 연락을 두절하거나 폐업해 돈만 날린 소비자도 229명이나 됐다.
문제는 똑같은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이를 막기 위한 플랫폼의 노력은 미진하다는 점이다. SNS 쇼핑 피해를 본 소비자 10명 중 4명은 플랫폼 광고에 유인돼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플랫폼은 결제 기능을 갖춘 곳도 있다. 플랫폼이 사실상 거래에 관여한 것이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법과 표시광고법 등 현행법으로는 플랫폼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플랫폼의 허술한 판매자 관리도 문제다. 판매자는 비실명으로 계정을 생성할 수 있고 직접 신원 정보를 올린다. 그러다 보니 실제 피해가 일어나기 전까지 개인 간 거래를 빙자한 판매나 허위 신원 정보를 올린 사업자를 찾아낼 방법이 없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상황에서 판매자의 자발적 법 준수를 기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 전자거래법을 충실하게 지키는 SNS 플랫폼 판매자는 거의 없었다.
국내외 SNS 플랫폼의 횡포와 무책임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관련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과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이 그것이다. 플랫폼 공정화법은 중소 판매자 보호를 위한 것이고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은 SNS 플랫폼 거래 등 신종 쇼핑을 규제하는 게 목적이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플랫폼 혁신의 싹을 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질서와 소비자 피해 방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플랫폼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 무조건 법으로 규제하기보다는 거래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룰을 만들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새로운 규칙엔 플랫폼 사업자가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입점 업체에 불이익을 주거나 소비자를 기만하는 불량 판매자를 솎아내는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1조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플랫폼 혁신을 위한 조건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장터가 난장판이 되면 판매자와 소비자는 결국 떠날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시시콜콜 간섭하면 혁신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 수 없고 시장도 번창하기 어렵다. 플랫폼 공정화법이든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이든 최소한의 룰을 제시하고 시장에 맡기는 `여백의 미`가 중요하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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