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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0번' 김공룡씨는 왜 서울시장에 긴급 출마했나 - 한겨레

청년기후긴급행동 마스코트 “기후 공약 안 보여 내가 나섰다”
기후위기비상행동도 “말로만 ‘녹색서울’, 실상은 토건·개발”

공룡 가면을 쓴 청년기후긴급행동 회원(기호 0번 김공룡)이 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인간의 멸종을 막기 위한 6대 부문 12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 자립, 생태 및 자원순환, 먹기리와 채식, 편리한 공공교통, 복지와 미래 보장, 교육 및 일자리 공약을 발표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일, 새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기후 0번’ 김공룡이다. 6600만년 전 멸종을 겪어본 그는 “나처럼 멸종하고 싶지 않다면 기후위기 문제에 하루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외쳐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의 기후 문제를 해결할 비전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를 찾아볼 수 없다”며 긴급 출마를 결정했다. 이날 오후 2시 차기 서울시장을 맞는 서울시청 앞에서 청년기후긴급행동은 ‘기후 0번 김공룡 캠프’가 출범식을 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김공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진짜 후보는 아니다. 그는 기후운동단체 청년기후긴급행동의 마스코트로,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인간도 공룡처럼 멸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탄생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대도시의 과감한 녹색전환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기후위기 극복을 전면에 세운 후보는 없고 부동산 개발 공약들만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보궐선거는 기후위기가 국내외에서 주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치러지는 첫 선거지만 양당 유력 후보들은 현실성 있는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회원 ‘김공룡’이 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인간의 멸종을 막기 위한 6대 부문 12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공룡 캠프는 이날 6개 부문의 12개 공약을 발표했다. 먼저 에너지 자립을 위해 도시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입히고 밤 10시 이후 도시 빛 공해를 전면 금지해 심야 전력 수요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생태·자원순환 부문에선 아파트 단위로 ‘배출 총량제’를 도입하고 아파트 신축을 전면 백지화해 도시 숲을 조성하자고 공약했다. 먹거리·채식 부문에선 학교 우유 급식을 없애고 공공기관에 ‘육식 선택제’를 도입하며 1가구 1텃밭을 공적으로 보장하자고 제안했다. 공공교통 부문에선 시내 주차공간의 25%를 생태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버스와 지하철 운행대수를 1.5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복지 영역에선 여의도 증권사의 석탄 투자이익을 몰수해 지역별 ‘기후위기 대응 기금’을 조성하고 교육 영역에선 ‘기후위기 생존교육’을 전 학년에 의무화하기로 했다.
‘김공룡’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포스터.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앞서 김공룡과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정부와 기업의 미진한 기후위기 대응을 비판하며 각종 퍼포먼스를 벌여왔다. 지난해 1월 조명래 당시 환경부 장관을 찾아가 “환경부가 기후위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해 6월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소 투자를 결정할 한국전력공사 이사진을 찾아가 석탄투자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지난 2월엔 삼성물산의 베트남 석탄발전 투자를 비판하며 홍대 삼성디지털플라자 앞에서 ‘석탄 제사상’을 차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 설날 서울 홍대 삼성디지털플라자 앞에서 김공룡과 친구들(청년기후긴급행동)은 푸짐한 ‘석탄’ 제사상을 준비했다.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 사업에 참여하는 삼성물산을 규탄하는 의미로, 석탄발전과 영원히 안녕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퍼포먼스였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페이스북 갈무리.
한편, 이날 오전 11시 200여개 시민단체의 연대기구인 기후위기 비상행동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는 2021년 온실가스 감축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선거가 돼야 하지만 후보들은 주택 공급과 재개발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유력 후보들부터 한편으로는 ‘기후 대전환’ ‘녹색 서울’의 구호를 내걸고, 실상은 온갖 토건·개발 사업을 약속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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