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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 9시쯤 손님이 끊긴 서울 종로구 무교동 뒷골목에 빈 택시만 줄지어 있다./사진=지영호 기자 |
코로나19(COVID-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지침이 처음 시행된 12일 저녁 머니투데이와 만난 서울지역 자영업자들은 영업금지나 다름없는 현실을 토로하며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무교동에서 순대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손님이 6월말 대비 30~40%에 그치고 있다"며 "이러다간 문 닫을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손님이 줄은 것도 문제지만 술장사가 없다는게 자영업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저녁 시간이면 4명씩 모여 앉아 술과 안주를 시키던 손님들은 끊기고 매상이 적은 저녁식사만 하고 간다는 것이다. 실제 이 음식점에는 2명씩 짝을 이룬 손님들이 6자리를 차지했지만 4자리는 30분만에 식사만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4인 테이블에 2인분 음식만 주문하는 것도 매상을 줄이는 요인이다. 서울시청 뒷편 고깃집에서 일하는 매니저 B씨는 "2인 식사만 가능해지면서 객단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정산을 마무리해봐야 알겠지만 입장객수도 적은데다 테이블당 주문량이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울상을 지었다.
'손님절벽'는 이미 예견됐다. 이날 점심 서울시내 주요 음식점을 돌아본 결과 거리두기 4단계 영향으로 저녁 예약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에서 평양냉면 음식점을 운영하는 C점주는 "평일 30~40팀이던 저녁 예약이 오늘은 단 1건도 없다"며 "점심 장사도 2주 대비 매출이 절반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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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 한산한 홍대입구 앞 거리 /사진=김지현 기자 |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홍대입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저녁 7시에 빈자리가 더 많은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약속을 기다리는 이들보다 버스 정류장 등 퇴근을 재촉하는 시민들이 많이 목격됐다.
홍대입구 인근의 고깃집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윤모씨는 "이 시간이면 테이블이 다 차거나 한 테이블 정도만 비는데 오늘은 절반이나 비었다"고 했다. 인근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섯 명까지 손님을 받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2명이 돼버렸다"고 고개를 떨궜다.
마포구에서 횟집을 하고 있는 임모씨는 이번 달 추가 채용하려던 아르바이트생 공고를 내렸다. 임씨는 "7월부터 거리두기 개편안이 시행된다는 걸 듣고 직원을 더 뽑을 계획이었는데 필요 없게 됐다"며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임씨는 "더 나아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절망적"이라며 "사실상 가게 문을 닫으라고 할 수 없으니 3인 이상 집합 금지령을 내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4단계 거리두기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이나 집합금지 조치의 영향을 받는 시설이 약 96만 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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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6시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D삼겹살집 전경. 저녁식사 시간이지만 손님이 없다./사진=이재윤 기자 |
일본음식으로 유명한 한 식당은 이달까지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지난 3일부터 영업시간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운영 중이다. 안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문닫은 점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가맹점(프랜차이즈) 곱창점문점인 C대창집은 거리두기 4단계 기간(12~25일) 동안 영업을 중단한다며 안내문을 내걸었다.
강남역 주요 거리에 위치한 330㎡(100평) 규모 주점에는 손님 4명(테이블 2개)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이 주점 김 매니저(34)는 거리두기 영향을 묻는 기자에게 "지금 보시는 데로"라며 "저번주만해도 이시간이면 엄청 바빠야 하는 때지만 지금 상황은 이렇다"고 말했다.
유명 어학원 뒷편에 위치한 '강남역 고기골목'도 을씨년스러웠다. 보통 50~100석(테이블 10~25개) 규모로 운영되는데 이날 손님을 받은 가게가 드물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장사를 계속해야 할 지 정말 고민이다. 근처에서 장사하는 양꼬치집은 이번에 거리두기 4단계 결정이 나고 휴업을 하기로 했다"며 "(오후 7시까지) 딱 한 테이블 받았다"고 말했다.
상가 임대료가 165㎡(50평) 기준 평균 월 1000만~2000만원에 인건비까지 더하면 영업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7년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임모 매니저(37)는 "임대료 인하 협의를 해봤지만 괴리가 커 어쩔 수 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며 "고정비를 감당할 여력이 안되는 상황이라 휴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대한 불만도 컸다. 소상공인들은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방역당국의 결정에 따라 영업제한을 받지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모호한 지침으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오는 14일 소상공인들이 방역당국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결정에 반발하는 차량 시위를 개최한다.
방역당국은 4단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어렵더라도 2주 내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어야 한다며 거리두기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 사회전략반장은 "거리두기 4단계가 상당히 큰 국민적 불편과 사회·경제적 피해를 수반함에도 불구하고 시행하는 이유는 확산세를 2주 동안 꺾는 데 있다"며 "사실 방역수칙 규제만으로는 4단계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못한다"며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금지를 해도 2인 모임이 증가하면 별 의미 없어진다. '2주간 외출·약속 모임 가급적 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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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일본음식점에 영업시간을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하는 안내문이 내걸렸다./사진=이재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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