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서 형사과에는 전날 밤 당직이 취급한 사건사고를 정리해둔 서류철이 있다. 어느날 부산에서 비교적 조용하다는 서부경찰서에 빵을 훔쳐먹은 절도범이 붙잡혔다. ‘현대판 장발장’ 보고서를 본 한 나이 지긋한 경감이 혼잣말을 했다. “더 나쁜 짓을 해도 안 잡힌 놈이 많은데, 좀 봐주지 너무 하네.” 취재 중이던 기자는 그 푸념에서 사람 냄새를 맡았다.
‘빠방 빵 빵빵’.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온국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북 장단에 맞춘 생목 구호와 차량 경적으로 4강 신화를 자축했다. 이때 경적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범칙금을 부과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서울 마포에서 23년째 맥주집을 운영하던 가게 주인, 전남 여수의 치킨집 주인, 경기 평택의 노래방 주인은 모두 코로나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우리의 이웃이다. 이런 사람들이 “살려달라”는 호소처럼 울려댄 경적 소리에 불편함을 느낀 시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차도를 점거한 채 수천명이 밀어붙인 민주노총 시위에 경찰이 제대로 완력을 발휘한 적이 있었나. 자영업자 시위에 대한 경찰의 꼼꼼한 대처를 놓고 “적당히 좀 해라”는 냉소와 “엄정한 공권력”이란 평가 중 어느 쪽이 많을지 경찰도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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