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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경적 시위 범칙금 - 국제신문

자체 해결책이 없거나 단순 호소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때 집단의 목소리를 밖으로 내뿜는 게 시위다. 관철하려는 목적에 따라 표출방법도 다르다.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한 프랑스 시위대는 운전자를 상징하는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에 나섰다. 홍콩 민중은 우산을 펴들었고 미얀마에서는 외출 자제와 가게 폐점이라는 침묵을 선택했다. 몇년전 이화여대 학생들의 마스크 시위나 환경단체의 소등 시위처럼 표현 방식이 과격하지 않아도 일반 대중의 공감을 얻는 시위가 적지 않다.
코로나19 때문에 생존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들이 지난 7~9월 부산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1인 차량 시위를 벌였다. 도로가 한산한 자정 무렵 ‘거리두기 보이콧’ ‘집합금지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붙인 자동차를 각자 몰고 비상등을 켠 채 서행하는 방식이었다. 일부 차량은 경적음을 울리기도 했다. 그런데 경찰의 대응방식이 논란이다. 시위대를 일일이 카메라로 촬영하고 경적을 울린 사람에게는 1인당 4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한 것이다. 2년 가까이 이어진 거리두기로 하루 매상이 ‘0원’으로 수렴한 사람들에게 국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내린 조치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 제지에도 반복적으로 경적을 울려서 그랬다”고 국회에서 말했다.

일선 경찰서 형사과에는 전날 밤 당직이 취급한 사건사고를 정리해둔 서류철이 있다. 어느날 부산에서 비교적 조용하다는 서부경찰서에 빵을 훔쳐먹은 절도범이 붙잡혔다. ‘현대판 장발장’ 보고서를 본 한 나이 지긋한 경감이 혼잣말을 했다. “더 나쁜 짓을 해도 안 잡힌 놈이 많은데, 좀 봐주지 너무 하네.” 취재 중이던 기자는 그 푸념에서 사람 냄새를 맡았다.

‘빠방 빵 빵빵’.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온국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북 장단에 맞춘 생목 구호와 차량 경적으로 4강 신화를 자축했다. 이때 경적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범칙금을 부과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서울 마포에서 23년째 맥주집을 운영하던 가게 주인, 전남 여수의 치킨집 주인, 경기 평택의 노래방 주인은 모두 코로나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우리의 이웃이다. 이런 사람들이 “살려달라”는 호소처럼 울려댄 경적 소리에 불편함을 느낀 시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차도를 점거한 채 수천명이 밀어붙인 민주노총 시위에 경찰이 제대로 완력을 발휘한 적이 있었나. 자영업자 시위에 대한 경찰의 꼼꼼한 대처를 놓고 “적당히 좀 해라”는 냉소와 “엄정한 공권력”이란 평가 중 어느 쪽이 많을지 경찰도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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