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내외 9개 증권사에 시장조성 행위 중 일부에서 '시세관여형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가 적발됐다며 480억원의 역대급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성자는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사전에 정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제시해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금감원이 대규모 과징금 부과 절차에 착수하자 시장질서 교란 혐의를 받는 일부 증권사에서는 시장조성자 제도 도입 취지와 상충하는 조치라며 법무법인을 선정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한 증권사 대표는 "이럴 거면 시장조성자 제도를 왜 도입했냐"며 "지금 당장이라도 시장조성자 지위를 반납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으로부터 적게는 10억원대부터 많게는 90억원 넘게 과징금 부과 사전 통보를 받은 증권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시장조성자 제도 운용 주체인 한국거래소와 증권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금융투자협회도 긴급 회의를 소집해 현황 파악에 나서는 등 비상 상황이다.
한 금투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이 아닌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안다"며 "매우 이례적인 법적용이라 최종 제재 확정까지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유형에는 시세조종(주가조작), 미공개정보 이용(내부자거래), 부정거래,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이 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의 2에 따르면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으로 제출하거나 호가를 제출한 후 해당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다면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과징금 대상이 된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목적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면 제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목적성 요건이 필요한 시세조종과 차이가 있다"며 "시세조종은 형사 제재를 하지만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인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조성 행위 속성상 호가 정정·취소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시장조성 행위 과정에서 벌어진 호가 정정·취소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증권사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 같은 결론은 지난해 거래소의 자체 감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거래소 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10월 시장조성 거래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등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정황은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다만, 금감원이 조사한 기간과 거래소 감사 기간이 다를 수 있다.
금감원의 과징금 사전 통보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시장조성자의 호가 제출이 없으면 특히 저유동성 종목의 경우 거래 체결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시장조성자가 매수·매도 호가가 벌어진 틈을 메워주지 못하면 결국 시장참여자들은 더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거나 더 싼값에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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