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밤 8시 45분쯤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술집. 업주 A씨(45)가 텅 빈 가게 안에 홀로 앉아 콜라를 마시며 창 밖을 바라봤다. 거세게 흩날리던 눈발은 그쳤으나 평소 사람으로 북적이던 거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A씨는 매상 장부를 보여주며 "오늘 오후 3시부터 열었는데 딱 2팀(4명)이 1~2시간 온 게 전부"라며 "버려야 하는 재료비와 전기료 생각해 보면 오늘 문 열어서 30만원 손해 봤다"고 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지난 18일부터 새로운 방역조치가 시행되자 서울 곳곳의 번화가는 주말 동안 한적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폭설에 한파까지 겹치며 거리 전체에 인적이 끊기자 술집·식당은 일찌감치 문을 닫으면서 '유령도시'가 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연말 분위기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몰렸으나 그나마도 밤 9시가 되자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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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웃돈 얹어줘도 하겠다는 사람 없어…"배달도 영업도 못하면 닫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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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19일 이틀간 서울 종로구 종각역·혜화역, 광진구 건대입구역, 마포구 홍대입구역, 중구 명동역 등 곳곳의 번화가를 방문한 결과 대부분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홍대입구역에는 이날 오후 3시쯤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젊은층이 몰렸으나 가게가 문을 닫는 밤 9시부터는 인적이 드물었다. 일부 시민들은 거리에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으나 그나마도 날씨가 추워 금세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18일부터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을 멈추고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강화된 방역 정책을 시행 중이다. 내년 1월 2일까지 16일간 사적 모임 인원이 4명까지 허용되며,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은 밤 9시까지로 제한된다. 방역수칙을 위반하면 이용자는 10만원, 업주는 150~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이날 오후~저녁부터는 배달 서비스도 중단되거나 지연되면서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요기요는 18일 오후 4시쯤부터 배달 서비스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중단했으며 쿠팡이츠·배달의민족도 지연 공지를 게시했다. 광진구의 카페 업주 윤모씨(41)는 "배달로라도 (손해를) 메꿔야 하는데 빙판길에 눈까지 오다 보니 웃돈을 얹어줘도 하겠다는 라이더가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민들은 모임 자체가 금지돼 밖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김모씨(34)는 "백신 미접종자여서 어디 나가지도 누굴 만나지도 못하는데 식당·술집은 어떻게 가나"라며 "거리두기가 아니라 감금하기라고 불러도 될 판"이라고 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모씨(29)는 "소개팅도 다음 달로 미룰 정도"라며 "밖에 나오는 것 자체가 무섭다"고 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정말로 폐업을 고려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고 호소한다.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그래도 나름 인스타그램 등에서 알려진 집이어서 버텨 왔는데 이제는 적자가 너무 크다"라며 "맛없는 집이라 망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우리같은 사람은 살 권리도 없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말대목이 그 해 매출의 20% 이상인데 올해는 다 날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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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에 대규모 시위까지…"꼭 필요한 조치" 정부 당부에도 뿔난 업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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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단체들은 거리두기 불복을 선언하며 집단소송과 대규모 집회 등을 예고했다. 150만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코자총)'은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 청구 등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는 오는 22일 광화문 집회를 열 예정이다. 참석 인원은 수천여명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강화된 거리두기를 시행하지 않으면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는 어렵다며 적극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다. 19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236명으로, 주말을 감안해도 많은 수치다. 위중증 환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1025명이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도 12명 늘어 누적 178명이 됐으며, 전날에만 78명이 숨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거리두기 시행을 발표하면서 "지금의 잠시 멈춤은 변화되는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속도 조절"이라며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연말연시 모임과 행사를 자제해 주시고 불필요한 외출과 만남도 줄여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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