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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서울시장의 행태 < 김형탁의 시절인연 < 연재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매일노동뉴스

▲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사회적’ 경제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사용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사회적 경제라는 말에 대한 오해도 많다. 그 이유는 사회적이라는 표현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라는 표현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게 아니라, 소셜 이코노미를 번역한 용어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도 마찬가지로 소셜 디스턴스를 번역한 말이다. 그런데 영어에서 사용하는 소셜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공통으로 사용하는 사회적 경제는 굳이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인간적 경제라고 해야 더 잘 이해될 수 있다.

사회라는 표현은 체계, 질서, 제도 등의 계열로만 이해해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오히려 인간, 관계 등의 계열로 이해해야 온전히 그 의미가 드러난다. 그런데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위정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른바 근대 이후 우리 사회의 역사는 이 ‘사회’를 지우기 위한 역사로 읽을 수 있다. 공동체가 체계적으로 파괴되면서 공동체가 가진 관계성도 급속히 약화했다. 모든 관계를 자본주의적 시장관계로 흡수하기 위해 자본과 국가는 충실하게 그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사회는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를 지운다는 건 협동과 연대의 원리로 진화해 온 인류 공동체를 지운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다. 불가능한 일이다. 자본주의는 인간 노동을 상품으로 만드는 기획이었지만, 사회는 복원력을 가지고 재생된다. 사회는 인간 존재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조직의 활동가,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은 사회를 복원시키기 위해 일선 현장에서 앞장서서 뛰는 사람들이다. 보수가 풍족하지도 않고, 개인적인 장래 전망이 확실하지도 않지만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들은 관계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계는 등가의 교환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여러 다른 사회적 가치들이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한다. 흔히 사회적 자본으로 표현되는 신뢰는 친밀함이 바탕이 된다. 또한 친밀함은 함께 함에서 나온다. 현장성이 없는 관계는 허약하다. 이 관계가 어찌 행정 서류와 지침으로 형성될 수 있겠는가.

지방자치의 거버넌스는 계획과 집행과는 다른 계열의 흐름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거버넌스는 관계성의 회복을 목표로 할 때 실현될 수 있다. 지방 정부가 직접 나서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하겠다는 태도는 오만할 뿐만 아니라 관계의 의미와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태도이다.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그래서 이 관계의 형성을 위한 시도를 비용의 증가라는 잣대로 보는 위정자를 보면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이런 이에게 신뢰, 친밀함, 공동체, 관계, 연대, 협동 등 아무리 훌륭한 가치를 이야기해 본들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용으로 모든 관계를 측정한다. 신뢰의 관계는 현장에서 함께 하는 오랫동안의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이 어찌 알겠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마을공동체 사업, 도시재생사업, 사회적 경제 사업, 민주주의 교육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단체들의 예산을 삭감하는 안을 제출했다. ‘오세훈표 반시민·반노동 예산 반대 민간위탁 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민간위탁기관들의 신청 예산안을 평균 31.2% 삭감해 예산안을 수립했다. 공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 위탁기관들의 인건비는 16.7% 삭감했다. 공대위는 402개 민간위탁기관 내에 1만1천18명의 노동자가 있는데, 1천명 이상의 대량해고가 예고된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 NPO지원센터’를 민간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단법인 시민’의 경우 현재 17명의 활동가가 상근하고 있는데, 이를 10명으로 줄인다고 한다. 민원을 수리한 서울시 시민감사 옴부즈만위원회는 사단법인 시민의 종합성과평가 점수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수탁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유지에 노력하고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정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인원을 감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범 사용자로서의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이는 사단법인 시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존중 서울특별시’라는 상징어는 벌써 옛말인듯하다. 사회적 관계의 복원과 시민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 대한 보상을 ‘특혜’라는 되지도 않은 말로 폄하하는 서울시장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어이없는 행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시민 활동가들의 외침에 호응하는 것은 고용안정이라는 목표를 넘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일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에는 소통이라는 유전자 외에 저항이라는 유전자도 있다.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htkim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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