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존경받는 ‘3대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는 미국식 능력주의가 주류가 된 시대에 모든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꿈꾸는 기업인이다.
자신의 경영 철학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그는 친구 7명과 자본금 300만엔으로 시작한 교토세라믹을 키워 일본 굴지의 전기통신회사 KDDI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1959년 창립 당시부터 흑자를 기록했다. 또 망해가는 일본항공(JAL)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13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해 ‘경영의 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창업 3년째, 불안에서 보증수표로 변한 회사
이나모리 명예회장도 처음부터 이타적인 경영철학을 내세운 것은 아니었다. 그의 경영철학이 확립된 것은 창업 3년째 봄이었다. 당시 고졸 사원 11명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정기 승급과 보너스 등을 요구하는 단체교섭을 요청해왔다.
창립멤버는 밤낮없이 일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그들의 불안을 처음에는 잘 몰랐다. 그러나 회사와 자택에서 삼일 밤낮으로 이어진 교섭에서 ‘직원을 위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약속한 것을 계기로 경영의 전환점을 삼는다.
그는 당초 창업 목표인 ‘우리 기술을 세상에 물어보자’에서 ‘전 종업원의 행복을 물심양면으로 추구함과 동시에 인류, 사회의 진보 발전에 공헌하는 것’을 경영 이념으로 바꿨다. 이후 교토세라믹은 세라믹부품 제조업체에서 파인세라믹스, 솔라 시스템, 휴대전화, 복사기 등 다양한 전자기기까지 생산하는 회사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또 하나의 경영 철학은 ‘동기는 선한가, 사심은 없는가’이다. 그는 일본 장거리 통신 요금이 지나치게 비싼 것에 의문을 느껴 1984년 DDI(다이니덴덴)를 세우고 전기통신사업 참여를 결정한다. 당시 전기통신산업은 1952년 전기통신성을 공기업화한 일본전신전화공사의 시초 NTT(구 덴덴코샤電電公社)가 주름잡던 시기였다. 실패하면 엄청난 손실이 예상됐고 관련 기술자도 없었지만 교세라는 도전을 선택했다. ‘국민을 위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만 한다’라는 이나모리 명예회장의 강한 신념 때문이다.
그는 통신사업을 시작할 당시 매일 밤 “통신 사업을 시작하려는 동기는 선한가, 거기에 사심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것으로 유명하다. DDI는 2000년 10월 KDD(국제통신)주식회사, 일본이동통신회사(IDO) 등과 합병해 KDDI로 이름을 바꿨고, 이 회사는 현재 일본 2위 종합통신사로 자리 잡았다.
KDDI는 2018년 라이프디자인을 화두로 내걸고 결제, 금융, 커머스, 전력소매 등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5년 삼성전자와 손잡고 5G 이동통신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아메바 경영’으로 적자수렁 JAL 회생시켜
이나모리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아메바 경영’이다. 이는 교세라의 독창적인 경영관리법으로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1983년 세이와주쿠를 만들어 이 경영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아메바 경영은 조직을 아메바라고 부르는 소집단으로 나누는 데서 출발한다. 각 아메바는 리더를 중심으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멤버 전원이 노력해 목표를 달성하는 구조를 갖춘다. 그렇게 현장의 사원 한명 한명이 주역이 돼 자주적으로 경영에 참가하는 ‘전원 참가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이 방법을 JAL 경영에도 도입했다. 2010년 1월 JAL은 2조3000억엔이라는 부채를 안고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사실상 도산이라고 판단되는 상태에서 일본 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JAL 회장직에 오른다. 그의 취임 1년 후 JAL은 매출 1조3622억엔, 영업이익 1884억원으로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그는 사내 모든 구성원에게 경영자 의식을 심어주는 아메바 경영을 도입해 주체적인 회사를 만들었다. 직원 각자가 어떻게 자기 부문의 매상을 늘려 경비 삭감이 가능한지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금도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많은 경영자들이 닮고 싶은 인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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