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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반박, 저기도 반박… 절간이라던 한은이 달라졌어요 - 조선비즈

입력 2020.12.19 07:00

보고서·의사록 이어 이 총재까지 "전세 수급불균형" 언급
내부선 전세 갱신계약·다주택자 중과 여파 등도 연구해
금융위와의 전금법 갈등 등 정책 관련 목소리 키우는 한은

침묵의 한은사(寺)가 달라졌다. 전자금융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더니, 정부의 부동산대책에도 '팩트폭탄'을 던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전셋값 상승을 두고 저금리를 탓하자 수급불균형론(論)으로 맞선 것이다. 이주열 총재의 발언까지 포함해 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다. 내부에서는 갱신계약,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중과 여파, 갭투자 월세전환 등에 대해서도 분석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때 동네북으로 불릴 정도로 침묵을 고집했던 한은이 목소리를 내는 배경에 시선이 집중된다. 금융안정이 주요 책무 중 하나인데다 물가·소비 측면에 부동산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명분은 분명하다. 거기에 일부 부처와 정치권의 발언이 자칫 한은의 역할에 대한 오해를 부르거나 정책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판단도 더해진 걸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설명회 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은 제공
◇이달만 세 차례 "전세난 수급불균형 탓"… 내부 연구도 활발

한은이 전세가격 상승 원인에 대해 언급한 건 이달 들어 세 차례다. 지난 10일 발간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전세가격도 수급불균형 등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전세수요 일부가 매매수요로 전환되면서 주택가격 오름세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 근거로는 한국감정원의 전세수급동향지수를 언급했다.

이달 15일에는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전세가격이 등장했다. 한 금통위원이 저금리와 전세가격 상승의 연관성을 묻자 한은 관련부서 관계자는 "금리와 전세가격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준금리와 수도권의 전세가격은 오히려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 온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또 "전세 갱신거래의 비율이 상승할수록 초과수요 비중이 확대된다", "전세수급의 미스매치가 최근 전세가격 상승에 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이틀 뒤에는 이주열 총재의 발언이 나왔다. 이 총재는 17일 간담회에서 "금리 하나만 놓고 보면 저금리는 금융비용 감소를 통해 전세수요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좀더 엄밀히 보면 전세가격은 최근 급증하는데 6월 이후에 상승폭이 확대됐다.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게 더 크게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부에 공개된 내용이 전부는 아니다. 한은 내부에서는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연구조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가를 연구하는 담당 부서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 전세로 나올 물량이 매매, 월세로 넘어가면서 전세시장의 수급에 차질이 가중될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일부부서에서는 "갭투자의 월세전환은 어렵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을 검증하는 격의 연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대인이 자금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는 게 김 장관의 주장이었는데, 한은 내부에서 살펴본 결과 임대인들의 금융자산이 예상보다 많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불하기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현 LH 사장)와 함께 임대주택을 살펴본 뒤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통화정책 운신의 폭 좁히는 정치적 발언 방치 못해" 공감대

한은이 이처럼 전월세 정책에 목소리를 내자 정부에 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전세가격 상승세는 저금리 탓"이라는 진단을 내리자 한은이 반박에 나섰다는 것이다.

복수의 한은 관계자는 "주택시장은 금융안정, 물가, 소비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라고 배경을 말하면서도 이같은 세간의 시선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태도가 예전과는 분명히 달라졌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한은은 최근 전자금융법 개정안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갈등을 피하지 않고 있다. 공식 반박자료를 수차례 낸데 이어 이 총재도 나서서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가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한은은 "한은에 대한 권한 침해는 없다"라는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바로 다음 날에도 공식 반박 자료를 내고 "감독당국인 금융위가 기준금리 결정이나 화폐발행에 관여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지급결제제도를 통제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한은은 과거 정부부처, 기관과 유사한 갈등이 벌어졌을 때 '양 기관간 갈등으로 부각되는 점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은의 역할에 대해 오해를 부르거나, 향후 정책 운신의 폭을 좁힐 법한 일이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부동산 정책을 두고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통화정책 당국으로서 역할을 다한 만큼 저금리를 정책 실패의 방패로 삼는 것에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에 대응하고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이 과정에서 유동성의 자산쏠림은 불가피한 일인데도, 정부가 정책 실패로 일어난 부작용을 한은에 전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위기 국면에서 역할을 했던 중앙은행이 위기가 지나간 뒤 유동성 증대로 인한 부작용을 낳은 주범으로 지목된 일이 적지 않았다"며 "향후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정책 운용의 독립성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적절하게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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