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서울 꿈의숲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오 전 시장 뒤쪽으로 뉴타운 사업 지정 해제로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장위지구의 주택들이 보인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시장이 1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4월7일)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서울시장 불출마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사전 단일화가 좌절된 이상, 정권교체의 교두보 마련을 위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보수 야권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경원 전 의원을 포함한 ‘빅3’가 모두 뛰어든 대진표가 완성됐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출마선언에서 과거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며 쌓은 5년 간의 시정 경험을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지금 서울은 코로나19로 시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집값 폭등으로 투전판이 된 지 오래”라며 “전임 시장의 성추행 범죄로 시장직이 궐석이 되면서 폭설 하나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도시가 멈춰서는 등 한마디로 빈사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선 다음 날부터 당장 시정을 진두지휘하며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경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빈사 상태의 서울은 아마추어 초보시장, 1년짜리 인턴시장, 연습시장의 시행착오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선 서울시장’ 이력을 내세워 서울시 행정 경험이 없는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성을 부각한 것이다. 오 전 시장이 이날 출마선언을 한 ‘북서울 꿈의숲’도 이런 강점을 환기시키기 위해 선택한 장소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9년 폐장한 ‘드림랜드’ 터를 인수해 ‘북서울 꿈의숲’을 개장했다. 오 전 시장 쪽 관계자는 “당시 북서울 꿈의숲은 인근 장위동 뉴타운 등 강북권 재개발 사업의 중심 녹지로 조성됐던 장소”라며 “북서울 꿈의숲에서 출마를 선언한 것은 국민의힘 열세 지역인 강북권에 지지를 호소하고, 서울시장이 당선되면 어떤 정책을 내세울지 비전을 제시하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고 말했다. 특히 오 전 시장은 출마선언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내놓는 공약은 모두 5년짜리 공약이 될 텐데, 5년 동안 열심히 뛰는 시장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그 5년 동안은 대통령직 도전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버리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서울 꿈의숲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사전 단일화 추진 등 혼선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 전 시장은 이날 ‘조건부 출마선언’ 등 당내 혼선을 끼친 데 대한 사과에도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앞서 17일까지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면 출마하겠다는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히고, 직접 안 대표와의 단일화 협상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무슨 자격으로 협상을 하느냐”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단일화 협상 자체가 무산됐다. 한창 경선 준비에 나서야 할 정당 일정에 혼선을 준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이에 대해 “‘야권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에서 한 결단이지만, 그에 앞서 당원 동지 여러분과 저의 출마를 바라는 분들의 뜻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감스럽게도 이제 사전 통합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안 대표의 비협조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오 전 시장은 또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위원장이 오늘 아침에 격려 전화를 주셨다. 사실 기대하고 있지 않았는데 아침에 그 전화를 받고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사명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조건부 출마선언’ 이후 노출된 김종인 위원장과의 갈등 양상에 봉합을 시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이어 10년 전 서울시장 중도 사퇴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돌이켜보면 저는 국민 여러분과 우리 사회로부터 누구보다 많은 혜택을 받았고, 시장직 중도 사퇴로 큰 빚을 졌다”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더 큰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사과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이 2011년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에 반대하며 서울시장을 중도 사퇴하면서 당시 야권 후보였던 박원순 전 시장이 당선됐고, 이후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취임 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는 등 당에 큰 부담을 안긴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7일 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을 방문해 도시재상사업 등에 대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날 오 전 시장의 출마선언으로 보수 야권에서는 안철수 대표, 나경원 전 의원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빅3 후보군’을 완성하게 됐다.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 등 국민의힘 후보들이 내부 경선을 한 뒤 안 대표와 ‘보수 야권 대표 선수’를 뽑는 추가 경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권에서는 경선 판이 커진 데 대해 기대감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국민의힘의 한 3선 의원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이후 야권 정계 개편과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지는 정국을 결정짓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 입장에서는 인지도 높은 후보들이 경쟁하는 구도 자체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빅쓰리’(빅3)의 서울시장 출마가 완성됐다”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정권교체의 시금석이 되는 중요한 선거다. 부디 아름다운 경쟁을 하여 한 사람의 야권 단일후보로 정권교체의 첫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종인 위원장께서도 야권의 큰 어른으로서 빅쓰리를 모두 포용해 서울시장 탈환에 집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폭정종식의 대의를 중심으로 뭉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1차 정책발표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앞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 대표와 나 전 의원은 이날도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15일 서울시청 앞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푸른 방호복을 착용하고 시민들의 검체를 채취하는 자원봉사에 나섰던 안 대표는 이날 도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종로구 사직2구역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코로나19’와 ‘부동산’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민생 현장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안 대표는 이날 지붕이 무너져 파란 비닐로 덮은 곳을 가리키며 “여기가 서울 시내 한복판 도심이라는 게 믿어지나. 현장 여건에 따라,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지역을 발전시켜야 되는 게 서울시의 의무와 책임”이라며 “재개발이 필요한 지역에 도시재생만을 고집하다 보니 주민들의 불편함은 물론 안전까지도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박원순 전 시장의 도시재생정책을 비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6조원 규모 ‘민생 긴급 구조 기금’ 설치를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나 전 의원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 243만 자영업 가구 가운데 총 10%인 25만 가구가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고, 특히 서울 지역은 코로나19 제3차 대유행으로 연말에 소상공인 매출액이 57%까지 하락했다”며 “소상공인 50만명, 자영업자 28만명,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프리랜서·예술인 등 총 120만명을 대상으로 최대 6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면, 우리 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국민 마음도 터주는 든든한 종잣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나경원, 오세훈 전 시장 출마에 온도차
한편, 두 후보는 이날 출마를 선언한 오 전 시장에 대해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가운데 우위를 달리고 있는 안 대표는 “많은 야권 후보들이 경쟁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야권이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데 함께 하는 동료라고 생각한다”며 환영했다. 반면 오 전 시장과 당내 경선을 치르게 된 나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의 10년간 ‘정치 공백’을 지적하며 각을 세웠다. 그는 공약 발표 뒤 기자들에게 “오 전 시장의 출마선언을 보면 도대체, 왜, 어떻게 출마선언을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10년 동안 서울은 많이 변했다. 국회에서 계속해서 일하면서 풍부한 정치 경험, 국정 경험을 갖고 있는 제가 잘 끌어내겠다”라고 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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