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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서울시장 선거, '야당 단일화'하면 필승일까요? - 한겨레

4·7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전 막 올라
내년 대선까지 영향 미치는 ‘중대 선거’
왼쪽부터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가나다순). 그래픽 박민지
왼쪽부터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가나다순). 그래픽 박민지
4월7일 열리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전의 막이 올랐습니다. 비록 임기 1년 남짓한 보궐선거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제1, 제2 도시의 시장을 새로 뽑는 선거인만큼 정치적 의미는 엄청납니다. 둘 중에서도 관심은 단연 서울시장에 쏠립니다. 부산시장은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 지역은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8석 중 15석을 이긴 곳입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분위기 속에서도 국민의힘이 승리했으니, 이번에도 야당이 유리하다고 봐야겠죠. 서울은 다릅니다. 서울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49석 중 41석을 휩쓸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큰 선거에서 여당이 우세한 분위기가 내년 3월의 대통령선거까지 그대로 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대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국민의힘 나경원 또는 오세훈 후보가 당선된다면, 야당은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겁니다. 나비의 날개짓이 큰 폭풍우를 몰고 온다는 말처럼,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향후 정치판도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에서 열린 간호사 격려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에서 열린 간호사 격려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야당 ‘후보 단일화’만 하면 승리 자신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요즘 많은 분들이 서울시장 결과는 야당의 후보 단일화에 달렸다고 말을 합니다. 안철수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 단연 1위로 나옵니다. 여기에 지금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거의 바닥입니다. 그러니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화만 하면 반드시 이길 거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안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가 같이 출마하는 3자 구도에서도 야당이 이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럼 단일화는 이뤄질 수 있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박영선 나경원 안철수 세 사람의 싸움이라고 봅니다. 아무래도 젠더 이슈가 강한 선거라,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여성인 박영선 나경원 후보가 우상호 오세훈 후보보다 경선에서 좀더 유리하리라 봅니다. 이 세 사람이 3자 구도로 끝까지 가느냐, 아니면 2자 구도로 가느냐, 그 2자 구도는 누구와 누구의 대결이냐에 따라서 선거 승패엔 매우 큰 영향이 있으리라 봅니다. 3자 구도가 된다고 민주당이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2자 구도가 되더라도 야당 필승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 그런지 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가늠하는 핵심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야당의 후보 단일화 여부입니다. 현재 야권의 경선 지형을 보면, 한쪽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구요, 그런데 국민의힘으로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안 대표로선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는 순간, 자신의 ‘중도 이미지’가 크게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끝까지 국민의당 또는 무소속 후보를 유지하려 할 겁니다. 다른 한편엔 제1 야당인 국민의힘 내부 경선이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후보 단일화는 국민의힘 경선이 끝나 정식 후보를 선출한 뒤에나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국민의힘에선 현재 10여명이 출사표를 던졌는데요, 결국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2파전이 될 게 확실합니다. 100% 시민여론조사로 실시되는 경선 룰로 보면, 국민 인지도 면에서나 당내 영향력 면에서나 이 두 사람을 능가할 만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결국 구관이 명관이라는 식으로 흘러가는 게 지금 한국의 정당 구조입니다. 현재 여론조사로 보면 오세훈 나경원 두 후보의 지지율은 박빙이지만, 명분에선 나경원 후보가 기세를 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도 지적했지만, 오세훈 후보는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나는 불출마하겠다’고 말한 것이 부담입니다. 안철수 대표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려 했던 사람이 제1 야당 후보가 되는 게 타당하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거죠. 이에 비하면 나경원 후보는 ’중도는 없다’면서 보수 색깔을 분명히 내고 있습니다. 보수층에 분명하게 어필하고 있는 겁니다. 더구나 경선 규정상 여성인 나 후보는 예비경선에선 20%, 본경선에선 10%의 가산점을 받습니다. 지지율이 오세훈 후보와 엇비슷한 상황에서 이 정도 가산점은 매우 큰 플러스 요인일 겁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한 매장을 방문해 수제화를 구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한 매장을 방문해 수제화를 구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의 ‘쓰라린 기억’ 잊지 못해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들과 자신이 한꺼번에 야권 단일후보를 뽑는 ‘원샷 경선’을 주장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사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 주장입니다. 정당 후보를 뽑는데 외부 인사가 당적도 없이 경선에 참여하면 정당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는 거죠. 미국의 버니 샌더스가 무소속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두차례 참여했지만, 샌더스는 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지지율을 보면 안철수 대표가 앞서고 그 뒤로 한참 뒤쳐져서 오세훈 나경원 후보가 쫒아오는 형국입니다. 안 대표로선 하루라도 빨리 야권 단일후보를 정하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여기엔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막판 야권 단일후보를 빼앗겼던 경험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2012년 8월 초만 해도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문재인 후보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민주통합당 지지자만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8월 첫째주 안철수 55%, 문재인 23%로 안 후보가 두배 이상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이때 단일후보를 뽑았으면 안철수 후보가 됐을 겁니다. 그런데 8월25일 민주당 후보 경선이 시작되면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치솟기 시작해 9월 하순이 되면 안 후보를 역전하게 됩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경선을 거치면서 자기 당 후보인 문재인에게로 결집한 거죠. 이게 야권 단일 후보로 문재인 후보가 선택되는 결정적 기반이 됩니다. 제1 야당 경선이란 게 이렇게 힘을 발휘합니다. 앞으로 2월에 있을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선 네차례 텔레비전 토론이 예정돼 있습니다. 오세훈-나경원 두사람이 치열하게 맞붙으면 2012년과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안철수 대표로선 걱정되는 상황이고, 반면에 오세훈 나경원 후보는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자등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자등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역사는 반복된다고 흔히 말을 합니다. 2012년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당시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온 힘을 다해서 돕지 않았습니다. 단일화 과정에서 감정적 앙금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모든 단일화엔 심각한 갈등과 감정적 충돌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보수 언론에선 ‘이번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거세게 단일화 압력을 넣고 있지만, 이 세상에 ‘아름다운 단일화’란 없다는 게 과거의 교훈입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선거 직전에 결국 깨지고 말았던 게 그런 단적인 예입니다. 그래서 저는 단일화 가능성을 아직까진 60% 정도로 봅니다. 이 가능성이 더 높아지냐 낮아지냐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달려 있습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금 40%선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데요, 이게 더 떨어지면 안철수 대표나 국민의힘 후보 모두 3자 구도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엿보며 단일화 샅바 싸움을 더 심하게 벌일 겁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면 역설적으로 단일화 가능성은 좀더 올라가겠죠. 정치란 건 좋은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나쁠 거 같은 상황이 나중에 보면 승리 요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2002년 대선 전날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약속을 깼을 때, 그때 제가 이회창 후보 캠프 취재를 담당했는데요, 캠프 인사들은 “선거는 이겼다”며 서로 축하 인사를 건네기에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민심의 향방은 투표함을 열기 전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7일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에서 ’균형발전 프로젝트 1탄‘ 선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7일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에서 ’균형발전 프로젝트 1탄‘ 선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그러면 두번째 선거의 핵심 포인트,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서울시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보겠습니다. 큰 선거일수록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집권당 지지율보다는 대통령 지지율입니다. 대통령이 인기가 있으면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이 결국 이기구요, 인기가 없으면 선거에서 지기 쉽습니다. 올 1월 2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8%입니다.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3%입니다. 이 수치로만 보면 4월 서울시장 선거에선 야당이 이기는 게 거의 확실합니다. 요즘 수많은 언론보도를 봐도, 또 주변 얘기를 들어봐도 야당이 이길 거라는 예측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그런데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여전히 서울시장 선거는 박빙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문 대통령 지지 기반은 30·40대…설 이후 지지율 변화 주목해야 총선이 있었던 지난해 1월의 여론조사와 지금 여론조사를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지난해 1월 셋째주 문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운영 잘한다 45%, 잘못한다 46%였습니다. 부정 평가가 약간 많은 정도였습니다. 중요한 건, 세대별 지지율 변화입니다. 지난해 1월 세대별 지지율을 보면, 다른 연령층은 잘못한다는 평가가 월등히 많은데, 30대와 40대에선 잘한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30대는 잘한다 61%, 잘못한다 31%, 40대는 잘한다 57%, 잘못한다 36%였습니다. 올해 1월 둘째주 여론조사에선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격차는 15%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국정운영 잘한다 38%, 잘못한다 53%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30대와 40대에선 여전히 오차범위 안이지만 잘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30대는 잘한다 48% 잘못한다 44%, 40대는 잘한다 48%, 잘못한다 45%) 이건 30대와 40대가 문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치는 핵심 세대라는 걸 뜻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 세계경제포럼(WEF) 한국정상 특별연설에 참석, 경제 일반에 대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 세계경제포럼(WEF) 한국정상 특별연설에 참석, 경제 일반에 대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이후 여러차례 38~39%까지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이걸 다시 40% 초중반으로 밀어올린 건 30대와 40대였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3040세대 지지율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예상하는 매우 유력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3040세대에서 실망감이 커진 건 부동산 문제가 가장 컸구요, 그리고 코로나 장기화와 확진자 증가로 인한 자영업 피해도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이들을 다시 결집시킬 수 있느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 백신 접종, 자영업자 대책, 주식시장 동향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설 연휴를 전후해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느냐, 30대와 40대에서 얼마나 지지율 반등이 일어나느냐, 이걸 유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정당 지지율입니다. 지금 문 대통령 지지율은 최저 수준이지만, 정당 지지율에선 더불어민주당 34%, 국민의힘 23%로 격차가 여전히 벌어져 있습니다. 참고로 꼭 1년 전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9%, 자유한국당 22%였습니다. 민주당이 떨어지긴 했지만 추이가 아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이 얘기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그렇다고 해서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을 찍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곧바로 야당 후보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안철수 후보가 중도를 표방하면서 국민의힘으로 가지 않는 표를 흡수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 부분은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야권이 단일화를 하더라도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시너지 효과는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야권이 단일화만 하면 무조건 서울시장 선거를 이길 것 같지만, 변수는 여전히 많습니다. 이 세상에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선거란 없습니다. 박찬수 선임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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