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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업의 개념 바꾸면 기업 미래 보인다 - 에너지경제신문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윤덕균 교수

▲윤덕균 한양대 명예교수

오프라인 매장이 코로나19로 너나 할 것 없이 불황에 허덕이는 데 예외인 백화점이 있다. 지난달 오픈한 ‘더 현대 서울’이다. 휴일 매상이 사상 유례없이 109억 원을 찍기도 했다. ‘더 현대 서울’에 입장한 사람들의 반응은 "공원이야 백화점이야"라는 탄성이다. 백화점의 업의 개념을 유통에서 ‘리테일 테라피’로 재해석한 결과다. 쇼핑공간보다 ‘힐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백화점이란 이름을 쓰지 않고 매장의 절반을 실내 숲, 폭포 등 휴식공간으로 제공한다.

전북 고창 학원농장의 보리밭이 누렇다. 봄에는 보리가, 여름에는 해바라기가, 가을에는 메밀꽃이 14만 평 너른 들판을 가득 채운다. 눈 즐거운 경관 뒤에는 농장주의 업의 개념 변화가 있다. 농장주 진영호는 서울 농대 졸업과 동시에 농업을 시작했다. 뽕나무 심고 누에를 쳤다. 당연히 망했다. 그가 배운 농학은 농민을 위한 학문이 아니었다. 결국, 금호그룹에 입사해 20년을 살았다. 다시 귀농하여 농사를 지었다. 수확하니 이익보다 인건비가 더 들었다. 망했다. 그리고 업의 개념을 바꾸었다. 농업을 입을 즐겁게 하는 일차 산업에서 눈을 즐겁게 하는 6차 산업의 관광농원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카페의 일반적인 개념은 "커피를 즐기는 곳"이다. 그런데 스타벅스 같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들어오면서 일반 커피점은 사양길로 들어갔다. 여기서 일본에서 카페를 ‘애완동물과 노는 장소’로 업의 개념을 바꿔 성공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큰 건물 하나가 고양이 카페를 중심으로 고양이 사료가게, 고양이용품점, 고양이 액세서리점, 고양이 병원 등이 있다. 이외에도 금붕어 카페, 고슴도치 카페, 새 카페, 부엉이 카페 등이 번창한다.

삼성그룹의 성공 뒤에는 업의 개념을 중시하는 경영이 있다. "업의 개념을 알아라"라는 삼성그룹의 창립주인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의 경영 15계명 중 4번째 계명이다. 호암은 계열 사장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반드시 업의 개념을 확인하였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업의 개념과 같은 삼성만의 고급 용어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제시한 지행 33훈 중에서 4번째가 ‘업의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이다. 이 회장의 업의 개념은 독특하다. 전자산업은 타이밍 산업으로, 백화점업은 부동산업으로, 호텔업은 장치산업으로 업의 개념을 정의했다. 전자산업을 타이밍 산업으로 정의하는 이유는 전자제품은 식품처럼 유효기간은 없지만, 식품보다 빨리 진부화한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업의 개념에 따라 스피드 경영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성공하는 전자산업의 경영전략의 핵심은 미래에 대한 예지의 선견(先見), 빠른 의사결정의 선결(先決), 즉각 시행의 선행(先行) 등 3선 경영이 요체다.

업의 개념은 결국 기업의 본질에 대한 정의다. 사업의 본질 즉 업의 개념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한다. 업의 개념이 변하면, 핵심 경쟁력도 변한다. 그래서 시대에 맞게 업의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계의 본질은 정확한 시각측정 도구다. 그래서 시계산업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정밀기계산업이다. 이때 시계산업의 주도권은 정밀기계 공업이 발달한 스위스의 몫이었다. 그러나 디지털화되면서 양산 조립 업으로 변했고, 시계산업의 주도권이 스위스에서 일본으로 넘어갔다. 이후 ‘시계는 패션이다’라는 개념으로 변하면서 그 주도권이 패션에 강한 프랑스로 향했다. 최근에는 시계가 명품으로 변모하면서 보석 세공 기술이 발달한 스위스로 다시 주도권이 넘어갔다. 업의 개념이 변할 때마다 승부처가 달라진다.

경영자가 업의 개념을 모르면 기업은 실패하고 업의 개념을 알면 현상 유지는 한다. 그러나 초우량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업의 개념을 선도해야 한다. 환경변화에 선행해서 업의 개념을 설정하면 기업의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코로나 사태가 전산업에 업의 개념의 혁명적 전환을 요구한다. 패러다임 시프트 없이 살아남을 기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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