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랜은 통신장비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를 다른 업체들도 만들 수 있도록 개방하는 기술이다. 통신사로부터 납품 계약을 따낸 삼성전자 화웨이 에릭슨 등 장비 제조사들은 기지국 장비와 함께 이를 운영할 소프트웨어도 독자적으로 만들어 넘긴다. 하지만 오픈랜이 도입되면 통신사는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현재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는 미국 업체들이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1위 화웨이(32.8%)와 3위 ZTE(14.2%)를 합쳐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삼성전자는 6.4%로 5위이며 미국 업체는 없다. 하지만 오픈랜이 도입되면 통신장비 시장에서 퀄컴, 시스코, 알티오스타 같은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랜이 글로벌 시장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 5, 6년이 소요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의 방식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미국의 중요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화웨이 같은 신뢰 불가능한 업체에 줄 수 없다”며 오픈랜의 투명성을 앞세워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견제해 나갈 의지를 드러냈다.
화웨이는 미국의 오픈랜 추진으로 시장지배력이 약화될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화웨이는 13일(현지 시간) 열린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오픈랜은) 5G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점유율이 낮은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입장은 복잡하다. 시장 장악력을 높일 가능성도 있지만 자칫 통신사에 저가 장비만 납품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PC 시장에서 하드웨어는 레노버 등 중국 기업이 팔지만 정작 수익의 대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올리는 구조가 통신장비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대체로 미국 주도의 오픈랜이 표준이 되면 5G 투자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중국 화웨이, ZTE 등의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장비를 도입했다가 장비 호환성 탓에 5G 장비도 중국산을 써야 했던 통신사들이 오픈랜을 활용하면 다른 업체 장비를 쓸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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