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면역항암제 개발 박차…낮은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 뒤흔드나 - 청년의사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중국의 면역항암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글로벌 의약품 시장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 기업 글로벌데이터는 중국의 면역항암제 즉, 면역관문억제제(ICI, Immune Checkpoint Inhibitors)가 다양한 적응증으로 중국 및 국제 시장에 진입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중국 의약품은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강점이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의약품은 ‘중국 국가 보험 약품 목록(NRDL, National Reimbursement Drug List)’에 올라 중국에서 홍보되며, 국제적인 제품에 비해 큰 폭으로 할인된다. 이에 따라 중국 제약사는 자국에서 상당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이후 승인된 중국의 일부 면역관문억제제는 NRDL에 등록돼 경쟁사 제품 대비 최대 75%의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게 글로벌데이터의 설명이다.

글로벌데이터 선임 종양학 분석가 아담 피어슨(Adam Pearson) 박사는 “역사적으로 중국 시장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입한 서구 (의약품) 브랜드의 제3차 수익 창출 목표였다”며 “그러나 지난 10년간 중국은 현지 연구개발(R&D) 투자, 규제 개혁과 국가간 협력 등을 바탕으로 의약품 상용화와 자국 브랜드 개발 역량을 가속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제적 면역관문억제제는 상당수의 환자를 목표로 하거나, 현지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으면서 가격 압박이 덜한 시장을 찾는 등 약가 하락과 시장 진입 기회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중국의 면역관문억제제에 주시하고 있다. 특히 ‘투오이(Tuoyi, 성분명 토리팔리맙)’, ‘티비트(Tyvyt, 성분명 신틸리맙)’, ‘티스렐리주맙(Tislelizumab)’ 등의 항PD-1 면역항암제는 다국적제약사와의 협력으로 주목 받았다.

상하이 준시 바이오사이언스(Shanghai Junshi Bioscience)의 투오이는 기존 표준치료에 실패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흑색종 치료제로 중국에서 허가된 약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계약을 통해 투오이의 중국 내 일부 적응증 판권을 획득했다. 구체적으로 요로상피세포암종에 대한 중국 본토 내 핵심 지역, 모든 적응증에 대한 중국 내 비핵심 지역 판권이 5년간 아스트라제네카에 부여됐다.

중국의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는 일라이 릴리와 티비트를 공동 개발했다. 중국에서 허가된 티비트는 2회 이상 전신성 항암화학요법제로 치료한 경험이 있는 재발성·불응성 전형성 호지킨 림프종 환자에게 사용 가능하다. 최근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1)에서는 티비트의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전통적 호지킨 림프종과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치료에 허가 받은 티스렐리주맙은 베이진(BeiGene)이 개발해 2021년 초 노바티스가 국제 판권을 사들였다. 계약에 따라 노바티스는 북미 및 유럽 일부와 러시아, 일본에서의 개발 및 판매 권리를 얻게 됐다. 한국은 대상 국가에서 제외된 한편, 2019년 ‘베이진코리아’가 설립됐다.

이와 같은 다국적제약사와의 활발한 협력에 대해 글로벌데이터는 중국의 스타트업이 중국 내부에서 벗어나 국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어슨 박사는 “중국 기업은 서양 기업이 개발한 혁신적인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 및 상용화하고, 다국적 제약사는 중국 밖에서 중국 의약품을 상용화하는 거래가 상당히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고려할 때 효능이 뛰어난 경우를 제외하면 미국 의사들이 중국의 면역관문억제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비용에 민감한 시장에서는 중국 의약품이 다수 채택될 수 있다. 임상 환경의 변화 외에도 기존 의약품 가격과 비교해 대폭 할인된 중국 의약품의 등장은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