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국가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아담 스미스의 이론-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야
북한 당국의 시장 개입이 초래한 결과
김정은 ‘애민정치’ 실현하려면 시장의 자율성 보장해야
“인민들의 생존 본능을 적극 활용합시다.”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김 박사님 안녕하세요
김중호 박사: 안녕하세요?
기자: 우리가 지난 시간에는 시장경제와 장마당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시간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주제를 준비하셨습니까?
김 박사: 지난 시간에는 “시장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시장에 관한 이론적인 설명과 함께 북한 시장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봤는데요, 오늘은 시장이 국가와 어떤 관계에 대해 얘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기자: 아 그러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어떻게 하면 인민들이 잘 살 것인가 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과 국가 사이의 어떤 관계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박사: 네, 학문적인 차원에서 보면 국가, 정부, 당 이런 것들은 제각각 다른 조직이긴 합니다만, 국가와 시장은 반비례하는 관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즉 국가의 개입이 커질수록 시장은 자율성을 잃게 되죠. 시장의 자율성과 국가의 개입 정도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가에 따라 인민들의 삶의 질을 규정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굳이 비유를 하자면, 부모가 자녀의 삶에 너무 개입을 하면 자녀의 자율성과 잠재력이 죽게 되고, 부모가 자녀에게 너무 무관심하면 자녀의 삶이 무질서해지고 방황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경제학자들 중에 가장 아버지격인 아담 스미스가 말했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즉 시장에 국가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시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가 여러가지 정책 도구들을 가지고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즈 학파의 시각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를 말씀드려볼까요? 1920년대 미국에는 술 판매를 금지하는 금주법이 존재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이득을 챙긴 사람들과 손해를 본 사람들이 나왔죠. 이득을 본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암시장에서 비싼 값에 술을 공급했던 양조업자들, 그리고 술을 매개로 암시장을 장악했던 마피아들이었죠. 그리고 경찰, 즉 안전원들이 마피아와 양조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이득을 챙겼습니다.
그런데 반면 손해를 본 사람들은 그야말로 비싼 값에 술을 사야 했던 주민들이었습니다. 국가가 그런 금주법을 만들면 술 판매가 안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술 판매시장이 더 커지면서 결국 금주법은 폐지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국가가 일방적으로 개입하면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반드시 손해보는 일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정부의 시장 통제는 하루 이틀이 아닌데요. 인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국가가 금지하는 게 많은데, 그러면 인민 생활이 많이 불편해하지 않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체제이기 때문에 “장마당은 자본주의 온상이다”고 비판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을 항상 축소하고 통제하는 과정에 있는데요. 예를 들어 농번기에는 시장을 저녁 3시간만 보라는 지침을 내려 시장문을 열지 못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여러가지 시장을 통제하는 정책들을 펴고 있는데요. 1990년대 대아사를 겪으면서 국가배급에 의존해 살던 사람들이 더 이상 국가를 믿었다가는 굶어 죽을 수 있다는 의식이 생기면서 북한도 어쩔 수 없이 장마당을 허용하고, 새로운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시장을 확장 시켰다가, 2006년에 시장이 너무 커진다는 우려때문에 축소시켰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박사: 네, 북한의 헌법이나 당규약 그리고 여러 경제 관련법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발견되는데 그게 바로 국가의 완전 무결성입니다. 국가는 가장 좋은 것을 알고 가장 좋은 선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국가의 판단대로 모든 것을 결정하면 인민들은 그저 따르라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 같습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고 통제하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 논리의 전제는 국가가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조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인민들이 그 국가의 방침을 존중하고 따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부모와 자녀 관계처럼 부모가 능력 있고 자녀를 사랑하고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는 부모라면 자녀가 당연히 부모에게 의지하고 따르는 게 맞지요.
기자: 그러면 국가에서 다 공급을 해주어야 하는데, 인민들이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박사: 북한 헌법 25조에는 “국가는 모든 근로자들에게 먹고 입고 쓰고 살수 있는 온갖 조건을 마련하여준다.”라고 써있네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못 하잖아요.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을 지나면서 북한 정부가 인민들에게 배급하기 어렵게 되자 인민들 스스로가 장마당에 나와 살 길을 찾지 않았습니까?
국가가 인민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면 인민도 국가만 의지하던 틀에서 벗어나서 주체적으로 사는 방법을 찾는게 마땅한 것 같습니다.
주민들이 장마당, 즉 시장을 활용하는 능력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여러 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시장을 활용하는 능력은 당이 가르쳐 준 게 아니라 인민의 생존 본능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약 김정은 총비서의 보좌관이라면 이런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인민들의 생존 본능을 적극 활용합시다.”
기자: 생존 본능이요? 참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인데요. 그게 바로 주체적인 관점에서 자기 삶을 살아간다는 소리인데, 그러면 북한은 70년간 일방적으로 통제하던 나라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김박사: 김정은 총비서가 10년전 권좌에 오를 때 했던 말은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요. 왜 그럴까요? 김정은 집권 초기 국영기업이나 공장에 자율성을 주겠다는 방침이 세워졌고, 그 소식이 들려왔을 때 많은 외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 경제위기의 해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다며 기대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 10년이 지난 다음 뒤를 돌아보니까 아, 자율성을 준다고 했는데 제대로 준 게 아니구나 여전히 국가가 모든 걸 통제하면서 인민들 스스로 자율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북한 경제가 여전히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북한 인민들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어떻게 경제 시스템과 방식을 바꿔야 하는가 그것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고 바꾸는 것이 바로 김정은 총비서가 강조하는 ‘애민정신’을 실천하는 길이 아니겠어요?
기자: 세계 경제학자들도 피력하고 있지만, 시장은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다, 생물체와 같아서 외부에서 충격을 가하면 모양이 변하거나 잘못하면 죽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거든요. 북한 주민들도 이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국가가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알아서 먹고 살게 좀 가만 놔두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 오늘은 시간상 관계로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박사님 오늘 말씀을 간단히 요약해 주시겠습니까?
김 박사: 네, 국가와 시장이 협동을 하는 것은 국가의 권위나 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게 절대로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국가가 시장에 자율성을 보장해주면 시장이 경제문제들의 해법들을 보여줄 겁니다.
지난 20년간 북한의 장마당이 어떻게 지역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었나 돌이켜보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주요 원인이었지만, 또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잘 조성하고 종합시장, 지역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리한 부분도 한 원인이 되거든요. 물론 북한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더 줄이고, 개인의 자율성을 더 강화시켜 준다면 분명히 인민들의 삶의 질은 더 빨리 향상될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 정부와 북한 인민이 함께 고민하는 그런 것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자: 다음 시간에 좋은 내용으로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중호 박사: 네 감사합니다.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다음주 이 시간에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움말씀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이었습니다.
기사 작성 자유아시아방송 정영 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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