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시장도매인 관계자들과 진행한 간담회는 공영도매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자리였지만, 결론은 예상대로 현재 논란 중인 거래제도 문제로 향했다.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시장도매인 관계자들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된 것. 거래제도 논란과 진영 논리를 중계했을 뿐, 공공성 확대를 위해 도매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다양한 유통 플랫폼 등장 속에서 도매시장이 가진 한계와 대안을 찾기 위한 원론적 논의는 첨예하지 않았다.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집중
‘공익형 시장도매인제’ 검토
법인 독과점 현상 개선 필요
가격결정권 부족 등도 문제
▲농특위의 초점은 거래제도 문제 =15일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농특위 관계자들은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거래제도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농특위는 ‘공익형 시장도매인제’ 도입 검토를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최철원 농특위 농어업분과위원회 경영안정소분과장은 “지난해 농특위 내 경영안정소분과가 만들어져 제가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논의를 진행해 왔다. 공영도매시장은 전국 농산물의 60% 정도가 거래되고 있어 농민 소득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농안법상 상장경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공영도매시장이 경매제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도매시장 문제를 경매제의 문제로 접근해 바라봤다”고 말했다.
이어 “경매제의 가격진폭, 수급조절 실패, 상장경매를 독점하고 있는 도매시장법인의 독과점 현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 현행 경매제가 상장거래 원칙을 통해 출하자가 가격 결정에 어떤 의사도 반영하기 어려운, 출하선택권과 가격결정권이 부족하다고 (소분과 내부적으로) 진단했다”고 밝혔다.
정현찬 농특위원장은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성 측면을 특히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공영도매시장은 농민과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돈을 들여서 지은 것이기 때문에 공영도매시장의 가장 큰 원칙은 공익성이 돼야 한다.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성을 강화하는 게 농특위가 목표로 하는 과제”라며 “공영도매시장은 공익을 위해야 하지, 사익을 취하는 데 도움이 돼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시장도매인제 도입·병행이
도매시장 경쟁력 강화 주장
농민들에 안정적 가격 보전
산지 수급문제도 해결 등 피력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 주장 '재확인' =간담회의 논의 흐름은 예상대로 거래제도 문제로 흘렀다. 농특위는 시장도매인을 시작으로 도매시장 관계자들과 만나는 연속 간담회에서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방향에 대해 △경매제도 개선 △도매시장법인 독과점 개선 △출하자의 선택권 확대 등 3개 부분으로 접근할 계획인데, 이날은 도매시장의 공공성 강화 측면에 부합하는 시장도매인의 강점과 특성에 대한 얘기들을 집중 청취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장도매인제를 도입·운영하고 있는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 관계자들을 만난 이유다.
이 관계자들은 현재 강서시장처럼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을 비롯한 공영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병행 운영하는 것이 공공성 등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임성찬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회장(경방농산 대표)은 “시장도매인은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가격을 보전해줄 수 있고, 판매처의 70% 이상이 중소형 마트이기 때문에 산지 수급조절 문제도 잘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전국 공영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제가 많이 도입돼 도매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완상 시장도매인 발전위원회 위원장(청수농산 대표)은 “산지의 농산물을 누가 많이 팔아주느냐, 어떻게 유통하느냐가 큰 과제다. 도매시장에서는 이런 경쟁들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면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전남형, 충남형 등 지자체별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서로 경쟁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중각 매일청과 대표는 “강서시장에 시장도매인제와 경매제가 병존하고 있는데, 시설과 투입 예산, 종사자 인원을 보면 시장도매인이 다 작지만 매출은 6대 4 정도로 경매제보다 좋다. 제도와 시장도매인 종사자들의 많은 노력들이 뒷받침됐다”며 “아울러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가 병존하다보니 상호 경쟁 속에서 문제점이 발견되고 보완하게 된다. 강서시장에 시장도매인제만 있었다고 하면 이런 성과가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도매인제 강점만 부각
경매제와 ‘진실게임’ 양상 눈살
▲공공성 강화 논의는 아쉬워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못했다. 시장도매인제의 강점 위주로 의견이 제시되다보니 제도의 우월성 주장에 가려지거나,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도 나타났다.
정현찬 위원장이 “시장도매인제가 정산이나 교섭력이 약한 소농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부족하고 수입농산물을 많이 취급하고 있다는 점 등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자, 노계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장은 “수입농산물은 오히려 가락동 법인들의 취급 비중이 늘었다”고 한 데 이어 “소농은 경매제도 보호하지 못한다. 일본처럼 작은 도매시장은 소농을 보호할 수 있지만, 가락시장처럼 큰 시장은 소농 보호를 못한다. 그만큼 소농을 보호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소농을 보호하려면 로컬푸드와 푸드플랜 등에 더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고, 도매인제 공익법인을 만들거나 도매시장법인도 공공출자 법인이 경매를 맡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현찬 위원장은 “두 거래제도 모두 소농 보호가 안 된다는 발상은 굉장히 위험하다. 현행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며 “오늘 간담회는 시장도매인에 관한 얘기들을 집중적으로 나눴고, 다음으로 예정된 가락도매시장 간담회에서는 도매시장법인의 독과점 문제, 경매제 개선 방안 등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특위는 농업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현장 간담회도 경남 진주와 제주 등지에서 진행하고, 20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관계자들과도 간담회를 진행한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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