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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시장'이란 말, 없어질 때까지” - 한겨레

‘구포개시장 폐업’ 이끈 심인섭 라이프 대표
“남부권 최대 규모였던 부산 구포개시장 완전 폐쇄는 ‘개 식용 금지’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에 큰 영향을 끼친 역사적 사건입니다.” 2019년 7월 부산 구포개시장의 개고기 도축·유통·판매 완전 중단을 끌어낸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49·사진) 대표의 말이다. 부산에서 10년 넘게 개시장 폐쇄 운동에 앞장섰던 그는 구포개시장 완전 폐업을 끌어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과정은 험난했다. 생계가 달린 시장 상인회와 동물보호단체가 10여년간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정작 지방자치단체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017년 5월 개시장 한 상인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이 있으면 나도 가게를 접고 싶다’는 말을 들은 게 변화의 계기가 됐다. 이어 같은 해 8월과 9월 구포개시장에서 발생한 동물 학대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었다. 심 대표는 “그때 개시장 폐쇄의 밑그림이 그려졌고, 로드맵을 짠 뒤 지자체와 개시장 상인을 만나는 등 본격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2017년 12월 상인회는 전업 및 폐업 동의서를 지자체에 냈다. 적절한 보상을 전제로 큰 틀에서 개시장 폐쇄에 동의한 것이다. 결국 생계와 돈 문제가 핵심이었다. 공식·비공식을 가리지 않은 오랜 만남과 설득에도, 조율은 쉽지 않았다. 며칠 동안 논의해 결론 낸 사안도 하루아침에 뒤집히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포기하지 않고 1년여 동안 협의를 이어갔고, 2019년 5월 폐업 잠정협약을 체결했다. 두달 뒤 구포개시장은 완전히 문을 닫았다. 십수년간 이어진 첨예한 대립과 깊은 갈등의 골을 극복하고, 합의를 끌어낸 비법은 무엇일까. “10년 넘게 상인들과 ‘원수’처럼 지냈고,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싫었어요. 하지만 협의를 하면서 자주 대화를 나눴고, 밥이나 술도 함께 했지요. 그러다 보니 상인들의 생계 걱정도 이해하게 됐고, 꼬였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렸습니다.” 심 대표는 구포개시장 폐업에서 지자체의 공도 인정했다. 그는 “부산시와 북구 등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의 구포개시장 폐업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더해졌다. 지자체 등이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으니 협의에 속도가 붙었고, 구포개시장 완전 폐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개 농장의 업종전환 지원책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개고기 식용 금지와 관련한 각 부처가 모두 참가하는 티에프(TF)를 꾸려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식용 목적 개 농장이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만큼, 근본적인 근절 대책에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만 한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지난해부터 전국 3대 개시장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대구 칠성개시장 폐쇄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다른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대구시, 상인 등과 만나 폐업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칠성개시장 식용 개 판매 업소 14곳 가운데 10곳이 전업에 동의했다. 나머지 4곳도 내년 중반까지 전업하도록 설득하는 게 목표다. “개시장 폐업은 여러가지가 어우러져야 실행될 수 있습니다. 상인의 생계 걱정과 두려움에 대한 이해, 지자체의 의지 등 노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끊임없는 관심입니다. 개시장이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만 남을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주말 뉴스를 한눈에 . 한겨레 <s레터> 구독 신청하기 https://ift.tt/3xP8p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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