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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과 진보 시민단체 격돌이 뜨겁다 - 미래 한국 신문

지난 11월 4일 서울시청 앞에서 오세훈 시장의 시민단체 관련 정책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총 1170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주최는 ‘시민참여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행동하는 전국 시민·지역사회단체 일동’이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주축이다.

발단은 지난 9월 13일 오세훈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이었다.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주제로 “서울시의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해 갔다”는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러한 서울시의 문제의식은 예산삭감으로 이어졌다.

11월 1일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계획에서 시민단체 지원관 관련한 민간위탁 보조사업 예산 832억을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ATM 발언 이후 서울시의 구체적인 정책이 나온 직후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이라는 액션을 취한 것이다.

신문과 방송으로 이 사건을 접하는 국민과 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오 시장이 ‘ATM 기기’ 발언을 했을 때는 시민단체에 대해 적의를 드러냈지만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집단행동을 취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쟁점이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ATM 기기처럼 서울시민의 세금을 마구잡이로 뽑아 쓴 것이 사실이라면 시민단체들이 전국적으로 뭉쳐 공개적으로 항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여기에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차와 시민사회를 평가하는 잣대의 차이, 즉 철학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

오세훈 시장은 박원순 시장의 유고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면서 서울시의 수장이 되었다. 지난 10년간 박원순 시장이 이끌어 온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이 생각하는 서울시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마도 2012년 서울시장 자리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내준 후, 10년이 지난 오늘, 자신이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바뀐 서울시의 모습을 보면서 ‘매우 잘못 가고 있다’라고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자연스럽다. 진보성향의 시장과 보수성향의 시장이 시정을 이끄는 스타일과 철학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은 전임시장이 추진했던 정책에 변화를 주면서 시민들에게 공약한 사항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에서 보면 전임자에 대한 비판은 당연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갈등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첫 번째는 ‘박원순 전 시장과 오세훈 현 시장의 정책의 차이는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분명히 다르다. 그 차이를 한쪽은 옳고 한쪽은 틀린다고 흑백논리로 양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모두가 서울시 유권자들이 뽑은 민선 시장이지 않은가. 철학을 녹여 만든 공약과 정책을 시의회와 협의하면서 추진해야 하는 시정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간단한 것이 아니다. 서울시민들은 시장이 바뀌면-특히 정당이 바뀌면 시정의 내용이 바뀔 것을 기대하고 변화를 받아들인다.

주지하다시피 박원순 전 시장은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이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냈고 아름다운 가게와 재단, 희망제작소를 설립, 운영했다. 그의 서울시는, 시민사회 활성화를 토대로 시민을 중심에 두고 운영하는 곳이었다.

공약과 정책 속에 드러난다. ‘시민사회, 시민단체’가 서울시정의 주요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관점과 철학을 오세훈 시장이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1월 1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연합
11월 1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연합

시민단체에 대한 전·현 시장 생각 차이가 빚은 함정

오 시장의 마음속에 시민사회, 시민단체가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존재하더라도 부정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보수정당과 보수 정치인들이, 시민사회에 대해 무지했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시민단체하면 좌파만 떠올리는 등 유럽이나 미국의 보수정당처럼 건강한 시민사회를 육성하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박 전 시장 때 시정의 파트너로 활동했던 시민단체들은 오세훈 시장이 들어오면서 자신이 역할이 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관련 예산의 삭감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였고 상식이었다. 그런데 사달이 났다.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단체용 ATM기기로 전락했다’라는 발언이 화근이었다. 두 번째,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시민단체용 ATM기기’ 발언은 정당했는가이다.

당시 기자회견의 내용에서 오 시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오 시장에게 시민단체는 그렇게 마땅한 대상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는 답답한 사정일 테지만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표현의 방식이었다.

오 시장의 발언은 모든 시민단체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들렸다. 오해의 불씨가 된 것이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나름 원칙을 가지고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는 시민단체들도 많다.

서울시의 예산을 주요 재정으로 삼지 않는 시민단체도 적지 않다. 모든 시민단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 같은 발언이 화근이 되었다. 심지어 박원순-서울시로부터 소외당하던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에 관한 관심도, 시민사회의 균형발전에 관한 관심도 읽을 수 없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었다고나 할까.

결론을 내면, 이렇다. 시장이 바뀌면 시정도 바뀐다. 시민들도 이해한다.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이해한다. 변화에 따라 활동계획을 수정하는 것도 받아들인다. 하지만 과도한 전임시장의 정책비판과 싸잡아 모든 시민단체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앞으로 이번 사건이 어떠한 국면으로 발전해 나갈지 지켜보자. 오 시장의 수준 높은 정치력을 바라면서, 갈등이 필요하다면 건전하고 발전적인 과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상임공동대표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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