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권이 유통업계의 최대 쇼핑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후발주자인 더현대서울이 영등포 터줏대감인 롯데와 신세계를 제치고 승기를 잡으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신세계그룹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서남권 시장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개점 1주년을 맞은 더현대서울은 매출 8005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백화점의 개점 첫해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1984년 개점한 영등포 최초의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5564억원)과 1991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역사 백화점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3300억원)의 매출을 앞질렀다.
지난해 2월 말 문을 연 더현대서울에는 구찌, 프라다, 보테가베네타, 버버리, 발렌시아가 등 30여개 해외패션·명품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 있다. 개점 후에도 꾸준히 명품 브랜드를 보강해 지난 5월에는 티파니, 부쉐론 등 명품 주얼리 라인을 입점시켰다.
올해 상반기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을 입점시키는 등 더현대서울을 서울의 대표 라이프스타일 랜드마크로 키우는 동시에 백화점 업계 최단기간 매출 1조원 달성에도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더현대서울이 예상 밖 흥행을 거두면서 인근 백화점과 쇼핑몰의 고객 유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 서남권은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김포공항점,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과 목동점 등 개수로만 따지면 강남권에 맞먹는 백화점이 몰려있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쇼핑몰도 밀집해 있다. 경방은 지난해 서울 신림동의 랜드마크인 '포도몰'을 리뉴얼해 '타임스트림'으로 재오픈했다. 연면적 약 3만 8000㎡ 규모의 복합 쇼핑몰로 인근 지역 밀집한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AK플라자도 지난해 10월 영업면적 4만6305㎡ 규모의 'AK플라자 광명점'을 오픈했다. '일상의 특별함'을 모토로 명품 매장 대신 가족형 콘텐츠 매장을 70% 이상으로 꾸몄고, 3040 가족 고객을 겨냥해 '지역 친화형 쇼핑몰'로 선보인 점이 특징이다.
신흥 강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영등포의 터줏대감들도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는 MZ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복합 공간을 구현했다. 실제로 20~30대 직원에게 기획을 맡겨 백화점 1층에 맛집, 카페, 유명 편집매장을 들여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신세계는 '명품 라인업' 확장 카드를 꺼냈다. 루이비통을 비롯해 프라다, 구찌, 까르띠에, 불가리 등의 명품을 강화한 데 이어 올 상반기 ‘로에베’와 ‘셀린느’ 등을 입점시킨다. 매출은 물론 집객 효과가 뛰어난 하이엔드급 브랜드 유치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이 더현대서울과 마주 보는 국제금융센터(IFC)몰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초미의 관심사다. 신세계가 인수에 성공하면 여의도 스타필드 등장과 함께 여의도 상권 지각 변동아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의도 스타필드 진출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내년 더현대서울이 1조원 매출을 기록할 경우 서울 서남권 맹주를 둘러싼 유통업계의 각축전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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