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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 '개미'가 없다면…어느 종목이 겪은 '살벌한 하루' - 한겨레

종목명 줄인 ‘피비파마’ 개인들 인지 못해
개인 공백 속 기관 매도로 초반 주가 급락
뒤늦게 개인 매수 들어오며 주가 급반등
거래소 상장 자료에 이름 변경 안내 안 해
거래소 “기업 전자공시에는 적시했다”
지난 5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신관로비에서 열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 한국거래소 제공
지난 5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신관로비에서 열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 한국거래소 제공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개인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지난 5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제약사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개장하자마자 공모가(3만2000원) 대비 하한가(-10%)인 2만8800원으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주가는 힘 한번 못 쓴 채 공모가 대비 24.4% 폭락한 2만4200원까지 밀려났다. 신규 상장종목의 시초가는 공모가격의 90%~200% 사이에서 결정되고 이후에는 이 시초가를 기준으로 상하 30%의 가격제한폭이 적용된다. 시장에서는 의아해했다. 수조원의 자금이 몰리는 공모주 청약 열풍을 타고 대부분의 신규 상장종목들이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거나 큰 폭으로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같은 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소프트웨어 업체 아이퀘스트 주가는 공모가(1만1000원)의 2배인 2만2000원으로 출발해 대조를 보였다. 그렇다고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라는 회사의 사업 자체에 특별한 악재가 있는 건 아니었다. 이 회사는 2015년 설립된 싱가포르 소재 제약사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과 항체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등록된 종목 이름에 있었다. 회사명이 10자로 너무 길어 6자 내외로 권고하는 한국거래소의 지침에 따라 ‘피비파마’로 축약했는데 개인들이 이 종목명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이 회사의 상장을 주관한 삼성증권 관계자는 “종목명이 피비파마로 등록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이 회사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상장 첫날 네이버 등 포털에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를 검색해도 피비파마로 연동되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종목명에 ‘바이오’는 빠지고 ‘파마’가 들어가 미용업체인 줄로 착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피비파마 투자자별 장중 순매도 추이. 재테크 블로그 ‘슈엔슈’ 자료화면 캡처
지난 5일 피비파마 투자자별 장중 순매도 추이. 재테크 블로그 ‘슈엔슈’ 자료화면 캡처
신규 상장주식의 매수주체는 대부분 개인이다. 기업공개 수요예측 과정에 참여한 국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정받은 주식을 상장 첫날부터 대거 매도한다. 따라서 피비파마 주가가 장 초반 이례적으로 급락한 원인 중 하나는 개인들의 매수세가 실종된 채 기관들의 팔자 물량만 쏟아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종목명이 바뀐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개인들의 매수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피비파마 주가는 이날 조금씩 반등해 시초가보다 13.9% 높은 3만2800원에 마감했다. 다음 거래일인 8일에는 상한가로 치솟았고 9일에도 17.4% 급등해 5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10일 종가는 2.8% 하락한 4만8600원이다. 이에 거래소가 상장사나 투자자를 위해 좀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비파마 상장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부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에 관한 보도자료를 냈다. 2쪽으로 구성된 이 자료에 종목명이 ‘피비파마’로 등록된다는 안내 문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공시채널(KIND)의 신규상장 공시에 종목약칭이 피비파마라는 점을 적시했다”며 “보도자료에 그런 사항까지 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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