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자초한 민주당은 역전 기대
유리한 국민의힘은 집안 단속에 주력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뒤 비어있는 부산시청 7층 부산시장 집무실의 새로운 주인은 누가 될까? 오는 4월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후보들이 본선 진출을 위한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전초전이기도 해서 여야 후보들의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23년 만에 처음 부산시장을 거머쥐었다가 보궐선거를 자초한 더불어민주당이 수성할 것인지, 국민의힘이 2년10개월 만에 탈환할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 ♣H4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정치지형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전국적으로 민주당 바람이 불었던 2018년 6월 지방선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 4월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탓에 이번 보궐선거를 자초한 쪽이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23년 만에 지방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부산 시민들은 부산시장과 부산시의회 지역구 42명 가운데 38명(90.4%), 기초단체장 16명 가운데 13명(81.2%)을 당선시켜주며 “이번만은 기회를 달라”는 민주당의 호소에 화답했다. 예상하지 못한 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였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현 국민의힘의 아성에 확실한 균열을 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23년 만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은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40대의 허아무개씨는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었던 사람들이 제법 많이 돌아섰다. 이번에는 보궐선거를 자초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와이티엔>(YTN)과 <부산일보>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부산시민 1016명을 대상으로 유선자동응답시스템(ARS) 30%와 무선자동응답시스템 20%, 무선전화면접 50% 비율로 설문 조사했더니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25.9%, 국민의힘 38.6%였다. 지지정당이 없거나 무당층은 43.4%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선 ’매우 잘하거나 잘하는 편’이라는 응답이 35.3%, ’매우 잘못하거나 잘못하는 편’이라는 응답이 61.4%였다. 또 ’안정적 국정운영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37.4%인 것에 견줘 ’정부·여당 심판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53.6%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갈수록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고 여당 심판론이 우세하지만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 부산인 것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의 위력이 부산에서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보궐선거 책임론에다 문재인 정권 5년차의 불리한 지형이 겹쳐 어느 때보다 힘든 선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의 무더기 출마 현상도 이런 정치지형을 반영한다. 국민의힘에서는 10명의 후보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이 3명인 것에 견주면 3배 이상 많다.
■ ♣H4국민의힘 우세 속, 민주당은 뒤집기 기대 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서 불리한 판세를 뒤집겠다고 자처한 사람은 김영춘(59)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변성완(55)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 박인영(43)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다. 국민의힘에선 두 차례 컷오프 뒤 4명의 예비후보를 추렸다. 박형준(61)·이언주(48)·박민식(55) 전 국회의원과 박성훈(50)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다. 여론조사기관들이 이들 여야 후보 모두를 올려놓고 지지도를 조사하면 박형준·김영춘·이언주 예비후보가 선두권을, 공직선거에 처음 도전하는 변성완·박성훈 예비후보와 공직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박민식·박인영 예비후보가 추격하고 있다. 여야 후보 1대1 가상대결에선 박형준 예비후보가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선다.
민주당은 뒤집기에 기대를 건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예정대로 이달 중 국회에서 통과되고, 코로나19 방역 효과가 다시 나타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문 대통령과 정당지지도가 올라갈 것이고 곧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민주당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 후보가 밀리는 것은 맞지만 서서히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정치지형이 바뀌기 시작하면 역전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선 국회의원 3선에 국회 사무총장과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예비후보가 인지도가 낮은 변성완·박인영 예비후보와 격차를 벌리고 있지만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다음달 초까지 변성완·박인영 예비후보의 인지도가 올라가면 격차는 좁혀질 수 있다. 더구나 정치신인인 변성완 예비후보는 본인이 얻은 득표수의 20%, 박인영 예비후보는 본인이 얻은 득표수의 10% 가산점을 받는다. 여성인 박 예비후보는 본인이 얻은 득표수의 25% 가산점을 받아야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 공석이던 부산 금정구지역위원장을 떠맡았던 경력 때문에 본인이 얻은 득표수의 10% 가산점을 받는다. 김영춘 예비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우세가 예상되지만 유효 투표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권리당원 투표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민주당 권리당원들 가운데 노무현·문재인 두 전·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상한다. 1차 투표에서 특정후보가 가산점을 포함한 유효 투표수의 절반을 얻지 못하면 상위 2명이 결선투표를 한다. 인지도에서 많이 앞선 김 예비후보가 결선에 오르더라도 유표 투표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권리당원들의 표가 변성완 또는 박인영 후보 쪽으로 쏠리면 역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 ♣H4집안 단속 나선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유리한 정치지형에 표정 관리를 하면서 민주당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입단속에 들어갔다. 하태경 부산시당위원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당직자들이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또 국민의힘은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돼야 한다’는 민주당 후보들의 구호가 먹혀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부산 국회의원 15명 모두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공항 건설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도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일부 지도부와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가덕도신공항에 부정적인 발언을 계속 쏟아내면 역전을 허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2차 관문을 통과한 국민의힘 예비후보 4명 가운데 누가 본선에 오를 것인지가 흥미롭다. 2차 관문인 예비경선에선 책임당원투표 20%, 여론조사 80% 비율을 적용했는데 박형준·이언주·박성훈·박민식 예비후보 순으로 나왔다. 박형준·이언주 예비후보는 이변이 없는 한 1·2위가 예상됐지만 박성훈 예비후보가 신인 가산점 20%를 받지 않고도 3위에 오른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있다. 100%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본경선에서도 박형준·이언주 예비후보가 유리한 지형이다. 변수는 후보 단일화다. 8일 박민식 예비후보가 박형준 예비후보를 뺀 나머지 후보 3명의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자 이언주 예비후보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박성훈 예비후보는 거부했지만 자력으로 뒤집기가 힘들다고 판단하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형준 캠프 쪽은 “누가 나와도 이길 수 있다.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보당에서는 연제구의회 의원을 두 차례 역임한 노정현(43) 예비후보가 부산항 8부두 주한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시행 등을 촉구하며 밑바닥을 다지고 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진행자인 정규재(64) 무소속 후보는 ‘가덕도신공항 중단’ 등을 주장하며 보수층을 공략하고 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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