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택트 시대, 라이브 커머스의 부상
2015년에 있었던 일이다. 필자는 정부가 주최한 수출전략 자문회의에 참석해 온라인쇼핑 동향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이어지는 토론시간에 의견을 개진했다. 의견의 요지는 아직 내수용으로만 머물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우수 소비재들을 해외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신흥국들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지역전문가들은 해당국의 온라인쇼핑 시장이 매우 미미하다는 근거로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는 현재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경향성을 보는 것이다. 경향성에 기초해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경제를 보는 것이다. 2015년 세계 온라인쇼핑의 비중은 7% 수준에 머물렀고, 한국은 13% 수준이었다. 2021년 세계 온라인쇼핑은 전체 도소매 판매액의 약 20%에 달하고, 한국은 약 39%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당시 온라인쇼핑 거래가 미진했지만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경향성을 보았다면, 적절한 정책들이 뒷받침되었을 것이고 한국의 소비재 수출은 지금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 2021년 지금에는 리테일 산업에 어떠한 거스를 수 없는 변화가 전개되고 있을까? 그 경향성을 들여다보자.
◆언택트(Untact)를 넘어 온택트(Ontact) 시대로
언택트는 코로나19가 가져온 것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것도 아니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의 전환은 3차 산업혁명 즉, 인터넷과 PC가 가져온 것이다. 인터넷과 PC가 보급되면서 은행업무를 은행창구에서 하지 않게 되었다. 인터넷 뱅킹은 언택트 시대를 만들었다. 시장이나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보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 쇼핑 그 자체가 언택트다.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지 않고 오히려 더 빨리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메일은 언택트 업무환경을 만들었다. 언택트 시대는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찾아왔다.
코로나19는 온택트 시대를 가져왔다. 대면(Contact)에서 비대면(Untact)으로의 전환이 이미 일어났다면, 물리적으로는 만나지 않더라도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연결(On)’을 더한 온택트(Ontact, On+Contact)로 또 한 번 전환되고 있다. 즉, 온라인 환경하에서도 교류하고 연대하며 협력하는 다른 의미의 대면 시대가 온 것이다. 다양한 문화·스포츠·교육 행사가 취소되고,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고, 교회·대형마트 등과 같은 집합·집객시설 이용이 제한되었다. 물리적으로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모든 활동들이 정상적으로 운용되어야 했다. 이에 ‘연결’이 요구되었고, 온택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라이브 커머스의 급부상
언택트에서 온택트로 전환된 대표적인 사례는 유통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에서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로의 전환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점원과 소비자가 대화하듯, 온라인 환경에서 ‘실시간 동영상’을 보며 ‘양방향’으로 ‘소통’하며 쇼핑하는 방식이다.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보면서 소비자들이 궁금한 사항들을 채팅창을 이용해 추가로 질문하고 다른 소비자들과도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이 중 라이브 커머스의 영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국은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타오바오 라이브, 티엔마오 라이브 등과 같은 전자상거래형 라이브 커머스뿐만 아니라, 도우인 라이브나 콰이쇼우 라이브 등과 같은 SNS형 라이브 커머스가 중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온라인 쇼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0.3% 수준에 머물었지만, 2021년 1.5%, 2022년 2.9%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에는 패션, 화장품, 식품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졌지만 가전, 가구, 각종 생활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가 부상한 배경은 다양하다. 첫째, 미디어의 변화다. 스마트폰 보유율이 2020년 93.1%에 이르고, 10~50대를 기준으로 하면 98%를 초과했다. 국민의 상당수는 이제 더는 TV를 필수매체로 인식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인식하는 비중은 2019년 60%를 훌쩍 넘어 2020년 67.2%에 이른다. 둘째, 소비 트렌드의 변화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가 전체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선도자(Trend Setter)로 부상하면서 소비자들을 라이브 커머스로 불러모으고 있다. 재미있는 콘텐츠와 범용화된 플랫폼이 만나면서, ‘장보기’가 일이 아닌 놀이가 되고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셋째, 산업의 대응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커머스 기능을 도입하고 네이버 커머스, 쿠팡 등과 같은 이커머스 기업들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유통사들도 대거 진입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단순히 새로운 시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완전히 바뀜을 의미한다. 첫째, 소비자가 바뀌고 있다. 장을 보기 위해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서 발품을 팔아 제품을 찾는 주동적 소비자(active consumer)에서, ‘짬’을 내서 물건을 구매하고 최적화된 제품을 제안해주길 기대하는 피동적 소비자(passive consumer)로 전환되고 있다.
둘째, 구매방식의 전환이다. 오프라인 매장이든 온라인 쇼핑 공간이든 제품이 사람을 기다렸다. 사람이 물건을 찾았던 방식이다. 이제 물건이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한다. 소비자들의 구매결정 시간을 축소하는 것은 업무를 보거나 잠자기 전 등과 같은 일상 중에 잠시 ‘짬’을 내서 소비하는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다.
셋째, 채널의 전환이다. 기존 온라인 채널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소통이 없었다. 제품이 진열되어 있었고, 소비자는 선택했다. 진열식 채널에서 상호작용식 채널로 전환되고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 소비자와 소비자 간의 실시간 소통은 구매결정 시간을 축소하고, 피동적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채널의 필수적 요소가 되고 있다.
넷째, 판매자의 전환이다. 과거 제조사는 생산의 주체였고, 유통사는 판매의 주체였다.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가장 잘 답변해줄 판매자는 사실 제조사다. 이제 제조사가 판매자가 된 것이다. 이렇게 라이브 커머스는 복잡한 유통단계를 축소함으로써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사실, 판매자는 ‘누구나’가 되었다.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부도, 해당 분야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들도, 소비자들이 동경하는 연예인들도 누구나 판매를 할 수 있게 바뀐 것이다.
◆온택트 시대, 라이브 커머스 대응전략
이제 모든 것이 비대면화된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최적화된 온택트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어야만 한다. 첫째, 모든 것이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될 것으로 가정하자. 명품, 스마트폰, 자동차에서 주택매매, 교육서비스, 전문서비스까지 안 될 게 뭐가 있을까? 제조업계든 서비스업계든 라이브 커머스 시장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라이브 커머스의 핵심은 범용화된 플랫폼이고, 이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유입시켜야 한다. 무얼 팔지 고민하기에 앞서, 어떤 콘텐츠로 이용자들을 모이게 할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신뢰 관리가 필요하다. 허위광고, 과잉정보, 저품질·저사양 등에 대해 소비자가 불신을 갖게 되면, ‘소통’에 기반한 채널의 특성상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 한 명의 불신은 모두의 불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정보를 제공하고, 과장 광고가 아닌 진솔한 소통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온택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비대면화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실감 나는 경험을 제공해주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초맞춤화된 제품을 추천해주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24시간 상담을 제공해주는 등 미래의 라이브 커머스는 과거의 이커머스와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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