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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공사’ 행정학자들의 생각은… “시장대행, 그것은 당신의 권한이 아니오” - 조선비즈

입력 2021.04.04 06:00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을 어떻게 시장 권한대행이 강행할 수 있나. 그것은 대행의 권한을 벗어난 일이다."

현재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에 의해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국내 주요 대학 행정학 전공 교수들은 대부분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서울시민들의 손으로 선출된 시장이 아닌 서 권한대행의 역할은 서울시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게끔 최소한의 범위에만 머물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구조화 사업 공사가 진행 중인 광화문광장 전경. /심민관 기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구상했던 역점 사업이다. 광화문광장 서측 편도 6차선 도로를 광장으로 확장하고, 광장 동측 도로만 남기겠다는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현재 왕복 12차선인 도로가 왕복 7차선(주행차로 기준)으로 줄어들게 되는데, 최근 이 공사가 진행되면서 광화문 일대의 교통 정체가 심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박 전 시장이 재직하던 시절부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목적이 애매모호하고 시민의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박 전 시장도 이를 감안해 당초 2021년 5월로 예정된 완공일을 늦춰 여론 수렴과 시민들을 설득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런데 박 전 시장의 죽음 이후 서 권한대행이 서울시 책임자가 되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서 권한대행은 서울 시민들과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전임 시장의 추진과업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야당과 시민단체 등 각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궐선거 전 8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 공사를 밀어붙였다

조선비즈는 이 같은 서 권한대행의 ‘일방통행식’ 사업 강행이 타당한 지 주요 대학 행정학 전공 교수 10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취재에 응한 교수는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금현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석희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성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이건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등이다.(가나다순)

◇ 행정학과 교수 10명 중 7명 권한대행의 사업 강행 반대

취재에 응한 교수들 가운데 70%(7명)는 시장 권한대행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강행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반대 이유로는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비선출직 권한대행이 결정할 수 없다’가 43%(3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다음 시장이 결정할 문제다’가 28%(2명), ‘해당 사업에 시민들간 의견 대립이 있어서’가 14%(1명), ‘중장기적인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라서’가 14%(1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은 세부 문답.

그래픽=김란희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 자중했어야 한다. 만약 이미 박 전 시장 때 사업을 시작해서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면 마무리를 하는 차원에서 양해가 될 순 있었겠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박 전 시장 본인도 생전에 철저하게 본인의 정확한 의지를 명료하게 남기지 않았는데 그것도 시민들로부터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강행하는 건 과욕이다. 원래는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자체도 반대하지만, 선출직이 아닌 권한대행이 명료하지 않은 망자의 뜻을 받들어 이를 강행한다는 건 민주주의 원리상 맞지도 않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옳지 않다고 본다. 그동안 시민단체들도 반대를 많이 해서 박 전 시장도 사실상 다시 재검토를 하는 단계였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권한대행이 추진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이건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전에도 일단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논란이 많은 사업이었고, 보궐선거도 다가온 상황에서 공사를 추진한다는 건 정치적으로 보더라도 상당한 무리수다. 만약 신임 서울시장이 들어와서 정책을 뒤집게 되면 시민들은 엄청난 세금을 낭비하게 된다. 이것은 권한대행이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적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권한대행이 시장 선거에 나오지 않으므로 정치적 책임을 묻게 할 수도 없다.

이건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 시민들 의견도 다 갈리고 민감한 부분이라고 한다면 보궐선거에서 선출되는 새 시장이 다시 한번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서 새롭게 하는 것이 낫다. 굳이 전임 시장이 계획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강행할 필요는 없다.

금현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권한대행은 시정 유지 관리에 치중하는게 일반적이다. 다만, 권한대행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뭘 할 수 있다 또는 없다’라는 규정은 없다. 긴급을 요하는 사업이라면 권한대행이라도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사회적 논의가 좀 더 필요하거나 중장기적인 예산이 필요한 경우라면 권한대행이 함부로 결정하진 않는다. 사업이 논란이 있는데다 굉장히 큰 규모의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 사업이라, 향후 재검토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면 권한대행이 함부로 진행하는 것보다는 좀 더 논란의 여지를 없애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시장 선거를 통해서 시민들의 뜻이 다시 모아질텐데 권한대행이 밀어붙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 중요한 일은 새로운 시장이 할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설령 권한대행이 아닌 현직 시장이었다고 해도 임기가 끝날 무렵에 큰 사업을 강행하는 건 옳지가 않다. 권한이 있더라도 자제해야 한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 형식적인 논리로 따지자면 문제 삼기는 어렵다. 서 권한대행이 선출된 시장은 아니지만 법적으로는 보궐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시장 대행이고, 그가 내린 의사결정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행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성실한 관리인 그 이상도 이하도 돼서는 안 된다. 시장이 없는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정도여야 한다.

◇ 전임 시장이 추진한 사업이면 문제 없다

반면 서울시장 권한대행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추진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힌 교수도 일부 있었다. 10명의 행정학과 교수 중 20%(2명)는 서 권한대행의 사업 강행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석희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 이 사업을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새롭게 결정해서 집행하는 상황이 아니라 선출직이었던 박 전 시장이 이미 결정한 사안을 정책적으로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전임 시장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권한대행이 마음대로 중단한다면 월권이 될 수 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 권한대행이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박 전 시장이 기존에 추진을 해왔고, 그 연속선상에서 하는 거라면 권한대행이 할 수 있다고 본다.

찬성, 반대 의견과 별도로 중립적인 견해를 보인 교수도 있었다. 권한대행의 사업 강행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정치적인 측면이라든지 여러가지를 고려하면 이렇게 저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행정적인 측면에서는 어느게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권한대행이 이런 식의 어려운 결정을 하고 일을 새로 벌리는 게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판단 문제는 행정학이 아닌 정치적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볼 때는 행정학적 관점에서도 권한대행이 어떤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얘기할 수가 없다. 권한대행이 권한의 범위에서 하는 것이므로 불법인 것도 아니다.

그래픽=김란희
◇ 권한대행 권한 행사 범위는 현상유지를 위한 최소한에 그쳐야

인터뷰에 응한 10명의 행정학과 교수들 중 80%(8명)는 시장 부재 시 권한대행의 권한은 현상 유지를 위해 최소한으로만 행사 가능하다고 답했다. 법적으로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는 제한이 없지만 ‘비선출직의 대행’이라는 특성상 현상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관리 차원으로만 권한 행사가 제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 현재로선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그러나 권한 대행 중 지금 벌어진 것들 관리만 하는 것에 국한돼야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안 된다. 황교안 권한대행 때도 문제가 있었는데, 무리하게 어떤 사안을 결정하려 했던 부분이 있어서 많은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었다. 권한대행 기간에는 행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소한의 권리만 행사해야 한다. 찬반양론이 팽배한 사안은 다음에 새로운 시장이 합의절차를 거쳐서 하도록 해야한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 사실은 권한대행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있다. 법적으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보직 교수도 물러나면 대행을 하긴 하지만, 대부분 그 상황을 관리하는 수준이지 적극적으로 어떤 사안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법적이고 제도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권한대행 스스로 자제하는게 필요하다.

시장 궐위 발생 시 바람직한 행정시스템 가동을 위한 대안으로는 법률이나 조례로 권한대행 시장의 권한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자는 의견이 40%(4명)로 가장 많았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 권한대행이 현상 유지 기능을 넘어서는 권한 발동을 할 경우 지방의회가 견제를 해줘야 하는데 그러한 기능이 현재로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원래는 지방의회에 지방자치단체장의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여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어려웠다고 본다. 동일한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법률로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가 현상유지 기능에만 그쳐야 한다는 것은 관행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권한대행의 구체적인 권한에 대해서 법률이나 조례로 구체화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못을 박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권한대행의 권한을 법으로 세세하게 규정할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긴급하거나 꼭 필요한 사안을 처리하는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 권한이 있다고 무조건 행사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자제할 줄 아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본인이 정치적으로 책임지지 못하는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 것이 통용되는 수준 높은 정치문화 정착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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