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주점들 줄폐업, 지난해 매출 반토막
휴업하는 업소 작년에 2배 "최악의 보릿고개"
배송차량 절반 줄이고 의무 휴일까지 적용
두매상들 몇개월째 적자 채권 회수도 전전긍긍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이태원 해밀턴호텔 뒷골목에 위치한 7개 업소가 순식간에 문을 닫았어요. 2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입니다.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대형 주류도매업체 만두유통을 운영하는 배성준 대표(49)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이 초토화되면서 도매업체들도 주저앉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29일 오후 2시께 만두유통 창고에는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평소에는 오후 늦게 들어온 차량들이 이미 납품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창고 안에도 주류가 가득 쌓여있었다.
무너지는 주류시장 생태계
주류시장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호프집, 식당 등 소매점이 문을 닫으면서 주류 도매사들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류 도매업계에 따르면 전국 140여개 주류 도매업체 가운데 10%가 올해 폐업했다. 대형 도매업체 상위 20%를 제외하면 대부분 업체들은 아사 직전이다.
배 대표는 "자고 일어나면 폐업 소식이 들린다"면서 "지난해 연매출이 반토막났는데 올해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주점과 생맥줏집같은 유흥업소는 오후 6시에 문을 열어 3~4시간 영업하는데 매출이 나오겠나"라며 "휴업하는 업소도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실제로 홍대 상권의 경우, 배송 차량이 3대에서 1.5대로 줄었다. 술 주문 기간이 길어지고, 주문량도 이전 대비 감소해서다.
생계 위협에 음식배달 나서는 직원들
도매업체 직원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배송 차량당 근무인원도 줄었다. 통상 주류 차량은 2인 1조로 배송을 나간다. 현재는 대부분의 도매업체는 1개 차량당 1명이 배송을 하고 있다. 여기에 일주일에 1~2회 의무 휴일을 적용하고 있다. 배 대표는 "우리 회사의 경우 의무 휴일을 없앴지만, 전체 도매업체 중 90%가 의무휴일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일을 안 하니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급여는 삭감되고,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으로 직원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 대표는 "올해 매출이 작년의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몇 개월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채권 회수도 힘들다"고 말했다. 유통 순환이 어려워지면서 도매상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식당들이 제로 매출을 견디고 있는 상황에 처하면서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식당들이 운영해야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도매사에 대금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기존 채권을 회수해야 하는데 식당 전반적으로 어려우니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면서 "자영업자들이 살아야 도매상도 일어설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 위치한 중소형 도매업체 대표들은 집도 팔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최근 집을 팔고 빚을 메우고 있다"면서 "술 종류는 3000가지가 넘지만, 중소형 도매사들은 소주 맥주 판매가 주요 매출처이다 보니 단가 경쟁을 할 수밖에 없어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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