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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승-전-시장도매인' < 기자수첩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한국농어민신문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가락시장에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누적 확진자 수가 8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의 급격한 증가로 한 도매시장법인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열흘 가까이 과일 경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시장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경매가 중단되면서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농민과 유통인 모두가 큰 피해를 입었다. 코로나19가 가락시장에서 급속히 확산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한 일간지는 가락시장에 코로나19를 확산시킨 주범을 ‘경매’로 지목했다. 농산물 경매 과정에서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모여들고, 경락된 농산물을 옮기는 하역 노동자와 물건을 떼 가려는 상인들까지 뒤얽히며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사는 강서시장을 비교 대상으로 꼽으며 거래제도 얘기를 꺼냈다. 9월 1~27일 가락시장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87명인데 비해 강서시장은 확진자가 10명뿐이라며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한 강서시장의 확진자 수가 현격히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서시장은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 일이 없고, 중간도매상 즉, 시장도매인이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출하자와 소매상을 직접 연결해주면 된다는 논리까지 펼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2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서 확진자 급증이 경매제 때문이라니. 이런 주장대로라면 차라리 농산물 도매시장을 네이버스토어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 비대면으로 거래하는 것이 코로나19 감염증 예방을 위해서나, 유통단계 축소를 위해서 더 좋을 것이다. 

꼭 1년 전 기자는 ‘시장도매인제의 위험한 여론몰이’라는 ‘기자수첩’을 썼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마치 시장도매인제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선전하는 것을 우려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래제도와 시장 생리를 더 깊게 봐야지, 하나의 프레임에 갇혀 여론몰이 식으로 거래제도가 결정돼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

가락시장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의 주범이 ‘경매제’라는 이번 기사는, 1년 전 우려를 단편적으로 보여 주는 예다. 도매시장 유통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지 않고, 시장도매인제 도입의 당위성만 강조하다보니, 이제 거래제도 얘기가 가락시장 코로나19 역학조사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취재를 위해 가락시장을 찾았을 때 시장 출입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유통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었는데, 시장 관리에 대한 얘긴 없고, 가락시장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을 ‘경매제’와 연결 짓는 논리적 비약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얘기가 이렇게까지 흘러 온건 농산물 거래제도의 본질을 얘기하지 않고, 변죽만 울리는 여론몰이를 해 온 탓이다. ‘도매시장법인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면 이를 농민들에게 환원하는 방안을, ‘농산물 가격이 급등락 한다’면 농가 수취가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모든 문제를 거래제도로 치환해 버리니 농산물 유통 현안이 ‘기-승-전-시장도매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관태 유통팀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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