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설 전에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현 정부들어 24번의 굵직한 부동산대책이 실패했음을 자인하면서까지 언급한 발언이라 어떤 특별한 대책이 나올지 관심을 끈다.
이번 대책은 기존 규제 일변도의 투기억제책에서 벗어나 공급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수도권, 특히 서울시내에서 공공부문의 참여와 주도를 늘리고,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으로 공공재개발, 역세권개발, 그리고 신규택지의 과감한 개발을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부동산 공급을 특별하게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년 기자회견 직후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도 정부는 "주택시장 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무주택서민의 내집 마련 어려움을 덜어드리는 최선의 방안은 주택공급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며 확실한 공급 시그널을 제시했다.
하지만 3기신도시 사전청약이나 공공재개발·재건축, 역세권이나 도심내 고밀개발 등 기존 공개된 대책만을 되풀이하는 '재탕', '삼탕'의 대책이 될 것이란 비판이 쏟아진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4공급대책'에서 고밀도 공공재건축을 통해 향후 5년간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공공재건축에 참여 의사를 밝힌 가구는 3000가구도 되지 않았다.
이번 공급대책에서도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로또분양의 대안이라며 2028년까지 1만6000여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분적립형주택이란 입주자가 최초 분양때 토지·건물 지분의 20~25%를 취득하고 천천히 갚아 나가는 할부형제도로 적은 초기 비용으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MB정부 초기인 2008년 보금자리주택에 도입한 ‘분납형 임대아파트'와 구조가 유사하다. 처음에 분양가의 30%를 내고 입주하면 4년뒤 20%, 8년뒤 20%를 더 내고 10년뒤 나머지 30%를 내는 식이다. 당시 재정 부담을 떠안아야 했던 공기업의 상황이 어려워지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이 계획은 중도 폐기됐다.
노무현정부때 나왔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도 지분적립형 임대주택과 개념이 비슷하다. 입주자는 건물값만 내고 땅에 대해선 임대료만 내는 방식으로 입주자의 초기 부담을 줄여줬다. 다만 389가구를 시범사업으로 분양했지만 실제 계약자가 27명에 불과해 실패로 끝났다.
시장에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유예 등 규제완화정책이 포함되기를 원한다. 실제 지난해말 분양가상한제 시행이후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서울 도심내 주택공급이 끊기다시피 했다.
게다가 정부는 합동브리핑에서 다주택자를 옥죄는 세부담 강화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양도소득세가 강화된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보다 증여를 택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 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규제기조를 그대로 유지한채 특단의 대책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공공위주의 주택공급에서 한발짝도 더 나가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시장은 특별하고 과도한 대책을 원하는게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시장의 흐름에 맞는 정책을 통해 이제라도 주택시장이 안정되길 기대한다.
대책의 남발보다 시장에 맞는 정책 수립, 지금 정부가 수행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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