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식료품 배송, 네이버는 가격비교에 특화
멤버십, 오픈마켓, 라이브커머스 확대 놓고 싸움
기업 가치 평가와 함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쿠팡의 상장 이후 본격화되는 네이버와의 ‘출혈 경쟁’이다. 두 기업은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을 주 무대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쿠팡은 독보적인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빠른 배송 서비스를, 네이버는 상품별 수많은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쇼핑 플랫폼과 간편 결제시스템을 무기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쿠팡이 상장을 통해 수조원 규모의 공모금을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네이버와 오픈마켓 점유율 확대를 놓고 격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최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13조24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약 90% 늘어난 데 반해 여전히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다. 누적 적자는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전국 30여개 도시에 15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4만명이 넘는 직원들을 고용하며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쩐주(전주·錢主)’ 소프트뱅크를 등에 업고 있지만 새로운 외부 자금 수혈 없이는 공격적인 사업확대를 지속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두 기업 간 경쟁은 누가 더 싸게 팔고 빠르게 배송하는지 등 쇼핑 그 자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쿠팡의 강점은 신선식품 시장에 있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질 좋은 식료품을 빠르게 받겠다"는 게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소비 심리다. 네이버도 CJ그룹이나 홈플러스 등과의 제휴로 물류망 확충에 나서고는 있지만 주력은 가격 비교 플랫폼이다. 쿠팡과 달리 네이버 쇼핑을 찾는 고객들은 전자제품, 가전기기 등을 주로 찾는다. 업계 관계자는 "각자의 강점이 있는 것이고 갑자기 쿠팡이 가격비교에 역량을 쏟는다거나 반대로 네이버가 식료품 배송을 우선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이 달라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대신 멤버십 등 생태계를 확장하고 누가 더 많은 충성고객을 확보하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고객이 한 번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지 않고 기존 것을 쭉 이용하는 록인(lock-in·묶어두기)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월 4900원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쿠팡은 월 2900원의 ‘쿠팡 로켓와우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가입 회원 수는 1월 말 기준 각각 250만, 470만명이다. 포인트 적립이나 무료 배송 등 각각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가운데 두 멤버십이 맞닥뜨리는 지점은 콘텐츠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출시하고 이를 멤버십에 포함했다. 네이버는 CJ에서 운영하는 OTT ‘티빙’을 조만간 멤버십에 추가할 계획이다.
최근 급부상하는 라이브커머스 시장도 두 기업 간 주요 접전지가 될 전망이다. 일종의 인터넷 홈쇼핑인 라이브커머스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실시간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게 특징이다. 국내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어서 매년 2배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2023년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네이버는 이미 이 시장에 뛰어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누적 구매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지난달부터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갖고 있는 쇼핑 인프라와 500만명에 가까운 멤버십 회원을 바탕으로 네이버를 빠르게 추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쿠팡의 상장은 100% 사업 확대에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부풀리기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특별히 쿠팡이 사들일 만한 매력적인 기업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 교수는 "그보다 OTT 확대 등 구독 모델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시에 라이브커머스와 오픈마켓 등 세 축을 놓고 네이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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